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6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심 이익'에 대한 한국 측의 존중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이 말하는 '핵심 이익'은 대만 문제를 뜻하는 것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역행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하루 전인 이날 서울을 방문한 리 총리와 별도 양자 회담을 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한중 수교 이후 30여 년간 양국 관계는 급속히 발전했고 경제 협력에서 풍부한 성과를 거둔 덕에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리 총리는 "양국은 상호 존중, 개방·포용, 호혜상생을 견지해야 한다"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좋은 이웃·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윤 대통령이 회담에서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견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측이 대만 문제를 협의했다는 내용은 이날 먼저 발표된 한국 정부 발표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이 거론하는 '핵심 이익'은 외교 석상에서 상대국에 '대만 문제' 관련 주의를 촉구할 때 사용해온 표현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중국이 대만 문제에 있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반대한다"고 밝혀 중국의 큰 반발을 부른 적이 있다. 또 독립주의 성향 대만 지도자인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이제 막 취임(20일)한 민감한 시기인 점 등을 고려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벗어나는 언행은 유의해 달라는 게 중국 입장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한중 간 안정적 공급망 유지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중한(한중)의 산업·공급망은 긴밀히 얽혀 있다"며 "경제·무역 문제의 과도한 정치·안보화를 반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망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압박 정책과 거리를 둬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리 총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 지린성 창춘시의 '국제협력 시범구 건설' 추진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화통신은 "한중 양측이 적절한 시기에 고위급 전략 대화, 차관급 2+2(외교·국방) 대화 등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국 측은 고위급 전략 대화 등이 '다음 달' 열릴 것이라고 구체적 시점을 지목한 반면, 중국 측은 "적절한 시기"로만 언급하며 다소 온도 차를 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