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중국 2인자’ 리창 총리와 만나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을 '동북아 평화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참여하는 이른바 ‘2+2 협의체’도 6월 재가동하기로 했다. 2014년 이후 중단된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리 총리의 회담 직후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 간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상황에 맞선 중국의 역할을 윤 대통령이 리 총리에게 우회적으로 촉구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리 총리의 회담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8개월 만이다. 리 총리는 지난해 3월 총리 선출 이후 처음 한국에 왔다. 중국 총리의 방한은 2015년 리커창 이후 9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자관계뿐 아니라 국제사회 번영과 평화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도 “서로에게 믿음직한 좋은 이웃이 되고 서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자”고 화답하면서 "한중관계를 중시하며 이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중국 측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양측은 그간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된 한중 외교안보 고위급 관료들 간의 대화 채널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외교부에서는 차관, 국방부에서는 국장급 고위 관료가 (2+2 협의체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그간 뜸했던 한중 간 ‘1.5트랙(정부+민간) 전략 대화’와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중 외교안보 2+2 협의체는 2015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외교차관 전략대화의 경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 화상회의 이후 열지 못했다.
한중은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그간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화를 넘어 서비스 분야와 문화·관광·법률 등에 이르기까지 개방·교류를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수출 통제 대화체를 신설하고 이와 관련한 ‘한중 공급망 핫라인’도 적극 가동할 방침이다.
아울러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 위원회를 재개해 무역과 투자를 위한 접점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는 한국 산업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협의체로, 양국 간 무역·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방중 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중국 주석의 방한 문제나 우리 대통령의 방중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