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 멈추라" 긴급 명령

입력
2024.05.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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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 남아공 요청에 임시 조치 명령
강제 수단은 없어... 하마스 "환영"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이 140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든 가자 '최후의 피란처'인 라파 공격을 밀어붙이면서 인명 피해 등 인도적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는 판단에서다.

ICJ는 24일(현지시간) 오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심리에서 이 같이 판결했다. 나와프 살람 ICJ 소장은 "이스라엘은 라파에서 군사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이집트와 가자 사이 라파 국경검문소를 개방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한 달 이내에 후속 조처에 관한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판사 15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13명이 이번 명령에 찬성했고, 우간다와 이스라엘 판사만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날 판결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최근 ICJ에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제지하기 위해 임시 조처 성격의 긴급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남아공이 이스라엘에 대한 임시 조치를 요청한 건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을 '집단 학살(제노사이드)' 혐의로 제소한 이래 네 번째다. 최종 판결까지는 통상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ICJ는 시급한 현안에 임시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ICJ 명령에도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을 멈출 가능성은 낮다. ICJ의 명령을 실행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전날에도 가자지구 전쟁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지구 상의 어떤 권력도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보호하고 하마스를 추격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ICJ 결정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스라엘은 (라파 뿐 아니라)가자지구 전체에 대한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ICJ 결정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