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수사 당시 유병언(2014년 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을 불법으로 감청한 혐의로 고발된 검찰 간부 등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불법 감청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주범조차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정원두)는 유 전 회장 검거 과정에서 불법 감청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엄희준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등 21명에 대해 24일 불기소 처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다음 달 공소시효 10년이 만료되기 전 결론을 내린 셈이다.
엄 기획관 등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 수사를 피해 도주 중인 유 전 회장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불법감청을 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수사팀은 유 전 회장과 조력자가 불법 무전기를 사용해 도주를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와 서울전파관리소에 "경기 안성시 소재 금수원 주변의 간이무선국(무전기) 간의 실시간 무선통신내용 확인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수사협조를 구했다. 참여연대 등은 "이 같은 검찰의 활동은 불법감청에 해당한다"며 고발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수사팀 활동이 적법한 범위 내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협조 공문 발송 등은 유병언 검거를 위해 전파관리소가 적법한 권한 내에서 불법 무전기 사용 여부를 감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통신비밀보호법상 '전파질서유지를 위한 전파감시' 업무의 일환으로 판단돼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엄 기획관과 함께 고발된 김진태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등 전직 검찰 간부들도 함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유 전 회장 검거 과정에서 불거진 기무사 관계자들의 불법 감청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사안이 경미하거나 고려해야 할 특성이 있는 경우 기소하지 않는 검찰 처분이다.
검찰은 기무사 관계자 6명에게 휴대용 무전기 통신 내용을 불법 감청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전 국민적 관심사였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유병언 검거에 한정해 제한적 청취가 이뤄진 점 △주범에 대해서도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동일한 범죄사실로 군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1명에 대해선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