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끝 보이나...기아 EV3가 불 지핀 보급형 전쟁 시작됐다

입력
2024.05.26 12:00
18면
EV3 1회 충전으로 최대 501㎞ 주행
3,000만~4,000만원대 나올 듯
기아 EV4, EV5, 테슬라 모델2 등 경쟁


EV3가 얼리 머조리티(early majority)층을 공략하는 차종의 시발점입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


3,000~4,000만 원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가 등장하면서 보급형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가격 장벽이 낮아지면서 내년부터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도 빠르게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26일 기아에 따르면 EV3는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될 예정인데 스탠더드 버전은 58.3킬로와트시(kWh) 배터리가 담기고 롱레인지 버전은 81.4kWh 배터리가 쓰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롱레인지 모델은 공인 주행거리가 1회 충전으로 501㎞(17인치 타이어, 이륜구동차 기준)로 나온다. 이는 상위 모델인 EV6(494㎞), EV9(501㎞)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초기 대중화로 넘어가는 전기차


게다가 EV3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해 저가 이미지도 벗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형 전기차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넣는다. 업계에서는 EV3에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세운 배터리 공장 HLI그린파워에서 만든 배터리를 담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의 전망대로 EV3가 '얼리 머조리티'(초기 대다수)층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통 사회과학에서 소비자층을 다섯 가지 유형1으로 나누는데 새 기술에 대한 수용 의지가 높은 '혁신가'(innovators), '초기 채택자'(early adopters)를 약 15%로 보고 초기 대다수(early majority)를 약 35%로 보고 있다. 전기차 초기 소비자가 평균 10%를 넘어가면서 신기술과 신차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초기 대다수 층에 가격 장벽을 낮춰 접근하겠다는 전략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 사장은 "국내 시장 전기차 보급률이 약 7% 정도 되고 유럽은 12% 미국도 7% 정도"라며 "약 40% 정도가 얼리 머조리티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대중화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EV3, EV4, EV5를 이런 고객층을 대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저가 전기차 경쟁 본격화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글로벌 완성차들을 중심으로 보급형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모델2'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월 1분기(1~3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만5,000달러(약 3,400만 원) 모델2의 생산 일정을 당초 2025년 하반기에서 2024년 말~2025년 초로 앞당기겠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BYD는 이미 출시한 저가 전기차를 한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에도 출시하려 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의 관세를 100% 올리는 등 장벽을 높였지만 내년 유럽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진 BYD의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은 중국에서 1만 달러(약 1,300만 원)에 팔릴 정도라 관세를 포함해도 싸움을 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EV3가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만든 미드니켈 배터리를 탑재해 중저가 전기차로 출시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EV3가 중저가 전기차 확산의 첫 단추를 끼웠으니 3, 4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1 다섯 가지 유형
미국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는 '혁신확산이론'에서 사회 구성원을 혁신가(innovators), 초기 채택자(early adopters), 초기 대다수(early majority), 후기 대다수(late majority), 혁신 지체자(laggards)로 구분했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