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공시 가이드라인이 최종 확정됐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지수' 편입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공시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24일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레벨업을 위한 4대 핵심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증시가 인공지능(AI) 업종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 100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필요성을 절감한 시간"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①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적극 지원을 첫 번째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공시 확정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밸류업 공시는 상장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전략과 목표를 수립해 주주에게 알리는 것이다. 투자자는 적절한 기업 평가를 할 수 있고, 기업은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가이드라인에는 △공시 개요 △해설서 △자주 묻는 질문(F&Q) △5가지 유형의 작성 예시가 담겼다. 개요(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는 2일 공개한 가안과 같고 몇 가지 예시만 추가했다.
그는 "밸류업 공시는 27일 가이드라인 공개 후 준비된 기업부터 하면 된다. 예고 공시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기업 공시 책임자·담당자 교육을 시행하고,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 공시 영문 번역 서비스, 이사회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9월까지 우수 공시기업으로 구성된 'KRX코리아밸류업지수'를 만들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연말 출시한다.
정 이사장은 이 같은 '인센티브'를 일본 밸류업과 차별점이자 강점으로 강조했다. 그는 세제 혜택 등 기업 참여를 독려할 만한 강력한 유인이 없어 '맹탕'이라는 지적에 대해 "긴 호흡의 인센티브 구조로 가면 자연스러운 압력이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회계감사 완화 인센티브가 투명성을 해친다는 우려에는 "정책 당국자들이 훼손 안 되는 범위 내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 외 ②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도 핵심 전략으로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양대 증시 상장기업이 약 2,600곳인데 주요 선진국 대비 많다"며 "우량 혁신 기업은 진입을 당기고 좀비·부실 기업은 적시 퇴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개발 중인 불법 공매도 탐지 시스템은 "1년, 짧으면 10개월 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안정적인 시스템 개발이 중요하다. 단축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금융감독원 간의 엇박자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세 번째 전략인 ③자본시장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미래사업본부'도 신설한다. 정 이사장은 "대체거래소(ATS) 출범으로 추가적인 수익원 발굴이 긴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사무소를 K밸류업 마케팅 거점으로 삼는 등 ④투자자와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