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非小)세포폐암 치료를 위해 구역절제술을 받은 환자 예후(치료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딥 러닝 예측 모델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재발률을 우수한 민감도로 예측해냈다.
폐암은 암세포 형태에 따라 ‘비소(非小)세포폐암’과 ‘소(小)세포폐암’으로 구분된다. 폐암 환자의 80% 이상이 비소세포폐암이다. 폐암은 '암 사망률 1위'일 정도로 치명적이다(2022년 기준·국가암등록통계).
김형진(영상의학과)·나권중(심장혈관흉부외과) 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이 수술 전 컴퓨터단단층촬영(CT)과 임상 및 영상 정보를 활용한 딥 러닝 모델을 개발하고, 비소세포폐암 구역절제술을 받은 환자 예후를 예측한 결과다.
폐암 수술은 환자 병기, 유착 상태, 암 위치 등을 고려해 절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며, 절제 범위에 따라 전폐절제술, 폐엽절제술, 양엽절제술, 구역절제술 등으로 나뉜다.
암이 있는 폐엽(肺葉) 전체를 떼내면 폐엽절제술, 폐엽 내 암이 있는 구역 단위로 떼내면 구역절제술이라고 한다.
지난 1995년 발표된 ‘Lung Cancer Study Group’ 임상 시험 후 초기 폐암 표준 수술법으로는 폐엽절제술이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조기 폐암 진단 증가와 영상 기술 발전으로 최근 2건의 주요 임상 시험에서는 일부 조기 비소세포폐암에 구역절제술이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조기 폐암을 성공적으로 절제해도 상당수 환자가 재발한다. 따라서 폐암 절제를 받기 전에 재발이나 완치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 수술법이나 추가 치료 계획 수립에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술 전 병기 설정 외에는 예후를 알아내는 방법이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임상 1A기 비소세포폐암으로 구역절제술을 받은 환자 예후 및 위험도를 나누기 위해 수술 전 CT 스캔과 임상 및 방사선 정보를 활용한 딥 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2008년 1월~ 2017년 3월 서울대병원에서 신보조 요법 없이 폐엽절제술을 받은 1,756명의 원발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모델을 사전 훈련시킨 후 임상 1A 환자만을 대상으로 전이 훈련을 실시했다.
모델 훈련 이후 연구팀은 구역절제술 시행군 예후를 파악하기 위해 2010년 1월~2017년 12월 구역절제술을 받은 222명을 대상으로 각각 2년, 4년 무재발 생존율과 4년, 6년의 폐암 특이 생존율 및 전체 생존율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구역절제술 후 2년 무재발 생존율에 대한 이 모델 성능은 AUC 0.86, 민감도 87.4%, 특이도 66.7%였다. 이는 예측 모델이 구역절제술 후 2년 내 주로 발생하는 재발을 87.4% 민감도로 진단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수치는 기존에 일본 임상 종양학 그룹(JCOG)에서 제시했던 구역절제술 대상자 선정 기준의 민감도(37.6%)보다 높았으며, 특이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예측 모델이 구역절제술을 받은 임상 1A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재발에 취약한 고위험군을 식별해 세밀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형진 교수는 “예측 모델을 활용하면 구체적인 조기 폐암 치료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구역절제술 및 쐐기절제술 적응증을 미세 조정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영상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래디올로지(Radiology)’ 최근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