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아들 같아서"... 공연장 찾은 '김호중 찐팬'들의 속내

입력
2024.05.23 17:50
김호중 마지막 공연 줄 잇는 발걸음
취소예매표 현장 구매도 줄 서야 해


"기부한 게 얼만데, 좋은 뉴스는 하나도 안 나오고. 이런 일 터졌다고 득달같이 달려드네요..."

23일 오후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 앞. 콘서트 입장 시간인 오후 6시 30분까지 꽤 남았지만, 보라색 옷으로 통일한 김호중의 팬클럽 '아리스' 회원들은 그늘 밑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 중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이번 음주 뺑소니 사태를 '마녀사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한 여성팬은 "더 나쁜 사람이나 잡아 넣지, 유독 김호중에게만 가혹한 것 같다"고 화를 냈다. 또 다른 팬도 "김호중이 기부한 돈도 상당한데, 좋은 일 해봐야 소용없다"며 거들었다. 그러자 주변을 살피던 한 팬이 "듣는 귀가 많다"면서 두 사람을 제지했다.

취소표를 판매하는 현장 티켓부스가 열린 오후 4시가 되자, 관람객은 더 늘어났다. 티켓 구입이 가능한지 조심스레 묻는 팬을 향해 부스 관계자는 "현장표는 많다"고 안심시키며 줄을 서달라고 소리쳤다. 팬들은 김호중의 얼굴 사진이 크게 걸린 공연장 외벽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문이 열리길 손꼽아 기다렸다. 대형 경기나 공연 때 등장하는 상술도 그대로였다. 일부 상인은 서울지하철 5·9호선 올림픽공원역 앞에 매대를 펴놓고 김호중 사진이 들어간 컵과 티셔츠, 부채, 손수건 등 각종 굿즈를 파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호중이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다는 소식에, 수수료가 아까워서 등 공연장을 찾은 이유는 다양했다. 오모(56)씨는 "음주운전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아들 부부가 표를 예매해 줬다는 서모(74)씨는 "아들이 표를 취소하려 했는데, 수수료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그냥 보겠다고 했다"며 "평소 아들같이 생각한 김호중이 측은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연이 어쨌든 '팬심'만큼은 굳건했다. 음주 뺑소니, 범인도피교사, 허위진술 등 시간이 갈수록 김호중에게 불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24일 구치소로도 갈 수 있는 그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까지 열리지만 팬들은 지지를 거두지 않았다. 한 팬은 "술자리에 가더라도 회사 사장이나 직원이 제대로 단속을 해야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책임을 소속사 탓으로 돌렸다.

원래 24일까지 예정된 김호중의 공연은 이날이 마지막이 됐다. 24일 콘서트가 영장심사 기일과 겹쳐 변호인이 요청한 심사 연기를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일정 변경 없이 (심사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