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삼성전자 전 부사장 안모씨 등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미 법원은 안씨 등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며 소송을 다시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최근 삼성전자의 '특허 수장'이었던 안씨가 세운 특허 에이전트회사 시너지IP와 특허권자인 테키야 LL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무선이어폰과 음성 인식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기각했다.
안씨는 엔지니어 출신의 미국 특허 전문 변호사다. 199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특허그룹 지적자산팀장 등을 거쳐 종합기술원 IP센터장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애플과 화웨이 소송전은 물론 구글과 특허 교차활용 계약을 맺는 것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삼성전자를 떠난 안씨는 2020년 6월 시너지IP를 설립했고 같은 해 11월 텍사스주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삼성전자아메리카가 무선이어폰과 녹음·음성인식 등 10개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미 델라웨어주 소재 폰·음향기기 업체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공동 원고로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영업 비밀 도용 등으로 맞고소했고 안씨는 또다시 추가 소송으로 맞섰다. 2022년 11월에 미국 법원은 안씨의 특허 침해 소송 및 협상 관여 금지 명령을 내린 뒤 이달 판결 선고를 내렸다.
이날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안씨 등이 불법적으로 삼성의 기밀 자료를 도용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봤다. 안씨 등은 삼성 내 옛 부하 직원과 공모해 소송 전후 테키야 관련 기밀 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관련 증거를 없애려고 안티 포렌식 앱 설치 및 말 맞추기를 시도하는 등 위증과 증거 인멸을 자행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런 행위가 변호사로서 삼성에 대한 성실 의무를 위반하고 의뢰인(삼성)의 특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특허 침해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가 불법적으로 제기돼 재소송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 법원은 안씨는 한국 검찰 수사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증거·조서를 제출받아 판결의 근거로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씨 등의 부정한 행위가 미 캘리포니아·뉴욕주 변호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전달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