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못 먹는 게 어딨어" 하면 안 되는 이유

입력
2024.05.25 15:00
알레르기 반응 심하면 치명적 쇼크 유발 
식약처, 19개 품목에 경고 표시 의무화 
같은 공장 제조품 성분까지 표기해야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우유 밀 대두 함유" "이 제품은 난류, 돼지고기, 새우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이 문구, 마트나 편의점에서 식품을 살 때 한 번쯤 보신 적 있지 않나요. 식약처 고시에 따른 알레르기 표기 문구인데요, 제품이 함유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물론,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성분까지 표시하고 있습니다.

내가 산 음식에 포함된 재료는 그러려니 하는데, 무슨 같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성분까지 경고하냐고요. 식약처는 강경합니다. 이달에도 두 차례 식품 회수 조치를 했는데요, 당뇨환자 영양식과 빵이었는데 두 제품 모두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 그게 뭔 대수냐고?

식약처가 알레르기 표시에 민감한 이유는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에 대해 신체가 과도한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알레르겐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알레르겐에 접촉하면 우리 몸은 과민반응을 일으킵니다. 대표적으로 피부가 가렵거나 부풀어 오르는데, 특히 점막에서 반응이 많이 나타나 눈이나 코가 가렵고 입술이 붓는 등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에 식약처는 2003년부터 우유, 갑각류, 견과류 등 19종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대해 경고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거 계속 견디면 결국 낫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면 큰일입니다. 알레르기 반응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기도의 점막이 부풀어 오른다면 숨을 쉬지 못하게 되고,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이른다면 사망 위험은 더 증가합니다. 이 경우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 신체의 혈압이 떨어지고, 체내 장기에 혈액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목숨을 잃게 됩니다. 특정 음식이나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장난이라도 해당 물질을 접촉시키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식약처는 왜 같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성분까지 경고하냐고요. 일단 생산시설이 같으면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산 제품엔 땅콩이 들어있지 않지만, 같은 생산시설에서 땅콩을 사용한다면 혼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땅콩을 담은 용기나 도마, 칼을 통해 소량의 땅콩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극소량의 알레르겐에만 노출돼도 반응을 일으키는 환자들이 있는 만큼 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가장 좋은 치료법=알레르겐 피하기

알레르기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예방입니다. 즉 알레르겐에 아예 접촉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코가 가렵고 눈이 붓는 등 증상이 나타났다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됩니다. 알레르겐이 체내에 침입하면 혈관을 확장하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고, 알레르겐과 접촉한 부분에 혈액이 몰리면서 가려움, 붓기 등 염증반응을 나타냅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말 그대로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이기 때문에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병원을 통해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졸음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복용 후 운전이나 기계조작 등은 하면 안 되고, 자기 전에 먹는 게 권장됩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온 경우 '에피펜’이라고 불리는 에피네프린을 주사해야 합니다. 보통 심한 알레르기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 상시 에피펜을 휴대합니다. 에피네프린은 혈압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쇼크의 응급처치 약으로 사용됩니다. 만약 쓰러진 환자의 소지품에서 에피펜이 나왔다면 바지를 입은 채로 허벅지에 찔러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