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격전지 표심을 여전히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붙잡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또 나왔다. 다만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보다 더 바싹 따라붙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시작된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재판에 계속 출석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근소한 차이로 경합 중인 7개 주(州) 가운데 5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지지율 우위를 보였다. △애리조나에서 5%포인트 △조지아에서 3%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7%포인트 △펜실베이니아에서 2%포인트 △위스콘신에서 1%포인트 각각 앞섰다. 네바다는 동률이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에서만 1%포인트 우세했다.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7~13일 등록 유권자 4,96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우열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격차가 줄었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가 공을 들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 3개 주의 경우 차이가 2%포인트 이하인 접전 지역이 됐다.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약간씩(1%포인트) 올랐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 3%포인트를 따라잡았다. 조사 기간 중인 8일 유세를 벌인 지역이다.
일조량이 많아 ‘선벨트’라 불리는 남부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선전했다. 한 달간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3%포인트씩 좁혔고, 애리조나는 2%포인트 따라붙었다. 네바다에서는 8%포인트 차이를 지웠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인 바이든 캠프의 전략이 먹혔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15일부터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평일 내내 재판을 받고 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오래전 자신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성인영화 배우의 입을 막으려 회삿돈을 지급한 뒤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분주하게 유세를 다니는 바이든 대통령과 뉴욕 법정에 갇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조하는 전술을 바이든 캠프가 구사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3일 발표한 조사 결과와 견줘도 더 팽팽하다. 노스캐롤라이나를 뺀 6개 경합주가 대상이었던 NYT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5곳을 이겼고 △네바다 12%포인트 △조지아 10%포인트 △애리조나 7%포인트 △미시간 5%포인트 △펜실베이니아 3%포인트 등으로 격차도 더 컸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만 2%포인트 우세했다.
다만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지지 표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호재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3월 초까지 버티다 하차한 뒤 입장 정리를 미루던 그는 이날 자신이 합류한 보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강연을 통해 “바이든은 재앙”이라며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성향 유권자들이 계속 표를 주고 있어, 그는 사퇴 뒤 치러진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조지아 경선에서도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