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이탈리아 로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경기 스타일로 유명하다. '나비처럼 날아서'는 알리 특유의 풋워킹을 가리키지만 해부학적으로 따져보면 벌침처럼 날카로운 스트레이트 펀치의 비결은 알리의 유연한 날개뼈, 즉 앞톱니근이다. 앞톱니근은 어깨뼈의 안쪽 끝에서 1~8번, 혹은 1~9번 갈비뼈에 붙어 있는 톱니 모양의 근육으로, 어깨뼈를 가슴에 고정해 안정화하고 어깨뼈를 앞으로 당기는 작용을 한다. 노련한 복서는 이 근육을 잘 사용해 펀치를 날린다.
이처럼 스포츠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신체의 한구석에 치명적인 무기가 숨겨져 있다. 이재호 계명대 의대 해부학교실 주임교수는 책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에서 복싱, 태권도, 펜싱, 수영, 탁구, 테니스, 유도 등 28개 종목을 해부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저자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선수들의 해부학적 특징을 소개한다. 올림픽에 5차례 출전해 메달 28개를 따 개인 통산 최다 메달 기록을 쓴 미국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폐활량은 8,500㏄로 건강한 성인 남성 평균 폐활량(약 3,500㏄)의 2.4배다. 폐활량이 크면 호흡이 유리하며 수영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수영 훈련을 많이 하면 폐활량이 늘어날까. 아니다.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어서 펠프스의 엄청난 폐활량은 훈련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스포츠 종목의 역사적 연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감춰진 논란을 다룬 부분도 흥미롭게 읽힌다. 최근 세계스포츠 무대에서 불거지는 기술 도핑, 스테로이드 오남용 이슈를 떠올리면 "기록의 주인공이 인간인지 과학인지 모호해질수록 스포츠는 길을 잃는다"는 저자의 경고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