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수율이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HBM의 수율을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인데 업계 예상치인 60~70%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수율은 생산품 중 정상 제품의 비율인데 높을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 부사장은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HBM3E 칩 수율이 목표치인 80%에 거의 도달했다"며 "덕분에 양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을 가진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해왔고 최신 제품인 HBM3E는 최근 상용화에 들어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겹겹이 쌓아 단위 시간당 전송 데이터 양(대역폭)을 획기적으로 늘린 차세대 메모리다. AI 반도체에 반드시 들어가는 필수품이 되면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달 초 간담회에서 "HBM(의 비중)이 2028년 전체 D램 시장의 6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영업 기밀인 수율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HBM3E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8단 HBM3E를 납품하는데 삼성전자는 이보다 용량이 큰 12단 HBM3E 생산에 먼저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권 부사장은 "올해 고객사들이 가장 원하는 제품은 8단 적층 HBM3E"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이 제품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열풍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HBM 시장을 잡기 위해선 수율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망도 비슷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HBM 수요 전망에서 엔비디아의 12단 HBM3E 적용 시점을 2025년 1분기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분기(4~6월)에, SK하이닉스는 3분기(7~9월)에 12단 5세대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