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별검사(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낸 21일 저녁, 국민의힘 소속 113명 의원실 앞으로 편지 4장이 도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낸 '깜짝 레터'였다. 그중엔 대통령이 거부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살려달라는 생존 해병의 어머니가 남긴 눈물의 읍소도 한줄 한줄 새겨져 있었다.
채 상병 특검법은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되지 않을 경우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다. 재의결에 필요한 매직넘버는 '17표'. 민주당 등 범야권 의원들의 찬성표를 다 끌어모아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를 보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김웅 안철수 유의동 단 세 명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 수용을 강하게 압박하는 장외 여론전과 함께 국민의힘 개별 의원들을 접촉해 물밑에서 설득하는 '강온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총대를 메고 나선 게 바로 박 의원이다. 박 의원은 홍익표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맡아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 여야 협상 메신저 역할을 했었다. 이날 도착한 총 4장의 편지 중 2장을 박 의원이 직접 썼다.
박 의원은 편지에서 채 상병 특검이 왜 필요한지 그 불가피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의무 △지지부진한 공수처 수사 △특검의 중립성 보장 등 독소조항 완화 △67%가 넘는 국민들의 지지 여론을 내세우며 찬성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객관적 양심에 따라 일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국민을 위해 용기를 내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 의원실은 130명의 의원실에 해당 편지를 발송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 113명을 포함해 개혁신당(4명), 새로운미래(5명), 자유통일당(1명), 무소속(7명) 의원 등이 포함됐다.
남은 건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할 결심'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은 이제라도 국민의 죽음을 외면하는 나쁜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며 "양심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때마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웅, 안철수, 유의동 의원 등 3명 말고도 추가로 찬성표를 던질 의원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이탈 표가 '3+알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서) 윤 대통령이 괜한 선택을 했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표현을 하시는 분도 있다"고 전하며 "양심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표결로 보여주지 않겠냐"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