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최근 미국에서 구글 부사장을 만나 구글이 ‘부산 유튜버 칼부림 사건’의 폭력적 영상을 뒤늦게 삭제한 것을 항의했다. 강력 항의하는 과정에서 책상을 내리친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코리아는 류 위원장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며 방심위를 항의 방문했다. 전국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류 위원장의 대처를 비판했다.
지난 9일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 종합청사 인근에서 한 남성 유튜버가 다른 남성 유튜버를 칼로 찔러 살해했는데, 이 장면이 라이브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영상이 무방비로 확산됐다. 방심위가 영상 삭제를 요청했지만, 구글은 이 영상을 약 10시간 만에 지웠다.
지난 14~18일 구글과의 업무 협력 등을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온 류 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컴 에릭슨 구글 정부·대외정책 담당 부사장과 만나 실무협의를 했다. 류 위원장은 이날 영상 삭제 지연에 항의했다. 실제 류 위원장은 귀국 후 주재한 20일 간부회의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일부러 언성을 높였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심위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발생한 50대 유튜브 살인 생중계 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내 불법·유해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구글 측이 향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삭제·차단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방심위 노조는 “류 위원장의 해외출장, 국제적 망신이 따로없다”는 성명서를 내고 “(류 위원장이) 구글 회의실에서 책상을 쾅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했다. 노조는 “향후 구글 본사와 미팅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며 “그간 쌓아온 신뢰 관계를 무너뜨린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21일 방심위를 방문해 “류 위원장이 사전 조율된 의제와 관련 없는 얘기를 했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방심위 관계자는 "당시 '부산 유튜버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관련 협의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