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거예요. 말로는 안전을 강조하면서 납기일에 쫓긴다 싶으면 위에서 용접하고 밑에서는 페인트 바르고, 그러다 사고 나면 ‘일하는 너그들 책임이다’ 하고. 위에서 지시를 내려놓고는.”
조선소 노동자들의 구술 기록을 담은 책 ‘나, 조선소 노동자’에는 “일은 꿀벌들이 하고 꿀 먹는 놈은 ○○(원청 대기업)”이란 한탄이 나온다. 2017년 6명이 목숨을 잃은 조선소 산재를 회고한 2019년 책인데, 과거 일만은 아니다. 조선업 호황을 맞아 무시무시한 조선소 중대재해도 함께 돌아왔다. 올해에만 조선소에서 13명이 숨졌다.
□ 선체 이물질을 제거하려 잠수 중에, 121톤 선박 구조물(블록)에 깔려서, 엔진룸을 세척하다가 폭발사고가 나서···. 올해 조선소 사망자들의 사고 순간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았고, 베트남·캄보디아인도 포함돼 국적도 가리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조선업계 교육과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구조적 한계가 크다.
□ 노동자 1만 명당 사고사망률(2022년 기준)은 조선업이 0.86명으로, 전체 산업(0.43명)의 두 배이다. 위험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공정이 많지만, 낮은 월급과 하청직 차별로 숙련공들이 떠나고, 초보 인부와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메웠다. 심지어 “하청회사 입장에서는 초보자가 많아야 돈을 많이 남기니까 그런 사람들을 왕창 받는 거죠”라는 증언도 있다. 조선 하청 근로자 비율은 정부 공식 통계(2023년 고용형태공시)로 61.9%에 이르며, 현장에선 직접생산의 80%를 하청 노동자가 담당하고 그들의 임금은 원청의 60% 정도라고 한다.
□ 한국 조선업은 중국과 1·2위를 다툰다. 그런데 일꾼들은 조선소를 ‘지옥’이라 한다. “같은 공간에서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고도 임금은 (정규직의) 평균 54% 받았다” “도장·용접·포설 작업이 별다른 통제 없이 한 곳에서 이뤄지고, 공기질은 탄광 수준” “동료가 죽어서 ‘피 치우는 일’을 했다”는 증언들을 보면, 이 상태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게 우리 사회에 무슨 이익이 되는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