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권 위헌 공방... "美 바이든도 11번 행사" "이승만의 길을 걷나"

입력
2024.05.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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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행정부 권한 침해 시 최소한의 방어권" 
野 "대통령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 아냐"

여야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두고 '위헌성'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사익을 위한 권한 행사는 안 된다"며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與 "野 입법권한 남용 방어 위한 최소한의 수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권력분립 기반하에 견제와 균형을 위한 수단"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 독주를 하고, 입법권한을 남용하고, 행정부 권한을 침해할 경우 최소한의 방어권이 거부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했다"면서 "미국 대통령제에서도 역사상 총 2,595건의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됐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임기 중 63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탄핵이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의 사례를 들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둔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북송금 특검법,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 등 여야 합의 없는 특검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거부당했다"며 "국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민생보다는 정쟁만을 위하고, 여야 합의도 없는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상 방어권은 행사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李 "대통령 권한도 한도 있어" 曺 "尹대통령, 이승만 길 따라가"

반면 야권은 윤 대통령이 '제한적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위헌성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헌법에 대통령의 거부권이 명시돼 있지만, 도깨비방망이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도 '공공의 이익과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내재적 한계' 개념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수를 비교했다. 학계에서 내재적 한계 개념을 확립하기 이전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45회에 달했다. 반면 이후 19년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5건에 그쳤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정부에서는 한 건도 없었다.

이에 조 대표는 "임기 2년 동안 윤 대통령은 이미 9번의 거부권을 행사했고, 오늘 또 행사하면 10번이 된다"면서 "윤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또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수사를 왜곡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적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 남용을 멈추고 '헌법 정신'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통령의 권한도 한도가 있는 것"이라며 "공적 권한은 공익을 위해서 행사돼야 한다. 사익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면 그 자체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