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대거 이탈한 지 3개월째인 20일, 정부는 이날이 내년 초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며 전공의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동시에 현행 규정상 이탈 기간을 실제보다 짧게 산정해줄 여지가 있다며 유화책을 제시했다.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이 6%대에 불과한 가운데, 내년 3,000명에 가까운 신규 전문의 배출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정부와 의사계가 속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집단사직 3개월이 되기 전 개인의 합리적인 이성에 따라 판단해 복귀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근무하던 레지던트 9,996명 가운데 이달 16일 기준 출근한 사람은 617명(6.2%)이다. 미출근 전공의 9,300여 명의 대다수는 지난 2월 19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튿날인 20일부터 출근하지 않은 이들이다. 2월 20일 기준 사직 인원은 8,816명이다.
올해가 마지막 수련연차인 레지던트 4년차(일부 과목은 3년차)는 이날이 전문의 시험을 내년에 제때 치르기 위한 복귀 데드라인이다. 전문의수련규정에 따르면, 수련 중인 전공의가 3개월 이상 자리를 비우면 전문의 시험을 칠 수 있는 시기가 1년 연기된다.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를 예정인 레지던트 3·4년차는 2,910명으로 집계된다. 정부는 '복귀 데드라인은 5월이 아닌 8월'이라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도 했다. 박 차관은 "휴일을 임의로 포함·제외하는 계산방식은 합당한 법 해석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의정 대화를 재차 촉구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 전면 백지화 등 국민 눈높이에 안 맞고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형식과 의제에 제한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복귀 기간이 3개월을 넘는 전공의에 대한 구제 가능성도 열어놨다. 조 장관은 '휴가,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하지 못할 때는 1개월을 추가 수련기간에서 제외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전문의수련규정 조항을 들어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병원에 소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점에 비춰 특혜 논란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미복귀 전공의에게 3개월 의사면허 정지처분을 내리겠다던 기존 방침과 관련해서도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일단 돌아와야 정상참작 관점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며 입장 변화를 보였다. 정부가 시행령인 전문의수련규정을 개정해 3개월 이상 미복귀 전공의를 구제할 수 있다는 관측에도 박 차관은 "불법 이탈의 상태가 교정되지도 않았는데 관련 규정 개정을 말하는 건 너무 앞서 나가는 일"이라며 "복귀가 전제돼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계는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공의들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고 같이 싸우는 학생들의 입장은 오히려 더 강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정부가 먼저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전공의 공동대표는 이날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은 사직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긍지와 자부심이 깨져 남은 수련기간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일 공동대표도 같은 인터뷰에서 "그간 정부는 의사를 문제 해결을 위한 동료로 보는 게 아니라 정책 추진을 막는 장애물로 규정했다"며 "의사를 적으로 보지 말고 대화 주체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6일 서울고법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기각·각하 결정과 관련, 이날 "올해 대입전형 시행계획 승인과 모집요강 발표를 남은 법원 결정 이후로 미뤄달라"고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의대 증원이 반영된 대입 모집요강이 발표될 경우 일주일간 휴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들은 "이달 말에 발표해도 되는 모집요강 발표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며 "의대생 1만3,000여 명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의 항고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내년도 의대 증원은 일단락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사단체의 대응 움직임도 분주하다. 의협은 22일 의대 교수, 시도의사회장과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3일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