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까지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는 대한축구협회의 공언은 결국 공염불이 됐다. 축구협회는 3월에 이어 6월 A매치에도 '임시 감독 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뜩이나 협회의 행정력이 입길에 오르는 가운데 대표팀 감독직이 3개월 이상 공석이 돼 또 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 2연전을 준비 없이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축구협회는 20일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다음 달 예정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연전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하고, 임시 사령탑에 김도훈(54) 전 울산 HD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협회를 통해 "시간이 부족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 선수들의 장점이 그라운드에서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축구협회는 김 감독 지휘 아래 오는 27일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김 감독 체제에서 다음 달 6일 싱가포르 원정을, 11일 홈에서 중국과 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축구협회는 새 사령탑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시인했다. 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정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6월 A매치 전까지 감독 선임이 마무리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를 대비해 이날 전력강화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 결과 6월 두 경기를 맡을 임시 감독으로 김 감독을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선수 시절 스트라이커 출신인 김 감독은 2005년 성남 일화 코치를 시작으로 인턴 유나이티드와 울산 감독으로 활약했다. 그는 2020년 울산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2021년엔 싱가포르의 라이언 시티에서 1년여 간 지휘봉을 잡았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회는 김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한 이유에 대해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력으로 능력과 성과를 보여줬고, 싱가포르 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현지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점도 선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앞서 이달 초, 늦어도 중순엔 대표팀 사령탑을 선임하겠다고 호언했다. 유력 차기 사령탑으로 꼽히던 황선홍 전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충격 탈락하면서 전력강화위원회는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회했다. 협회가 올림픽 대표팀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황 감독을 3월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겸직케 하면서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결국 협회의 행정력은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하겠다며 접촉했던 제시 마쉬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과도 최종 협상이 결렬돼 캐나다 대표팀에 밀렸고, 물망에 올랐던 셰놀 귀네쉬 전 튀르키예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과도 협상이 물건너 갔다. 오는 9월 A매치에 맞춰 감독을 선임할 공산이 크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김도훈 감독도 축구협회의 다급한 요청에 욕먹을 각오하고 수락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K리그 내 감독들은 협회의 감독 제안에 난색을 표하는 입장이라 외국인 감독 선임밖에 답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