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오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돼 정국파행이 우려된다. 한덕수 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윤 대통령이 바로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은 시민사회와 공조한 대규모 도심집회 등 원외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야 7당은 어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0번째 거부권이라면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해 7일 정부로 이송된 특검법은 보름 내인 22일까지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7월 30일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아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고했고,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은 이를 결재했다. 그런데 이튿날 이 장관이 돌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 배경엔 윤 대통령 ‘격노설’과 대통령실의 수사외압이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회견에서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결과가 납득되지 않는다면 “제가 특검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군 검찰은 최근 ‘채 상병건 대통령실 외압 의혹은 쟁점이 아니다’라는 의견서를 군사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거부권 행사 시 대치 정국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야당은 국회 재의결을 추진하고 부결 시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과 함께 재발의한다는 입장이다. 둘 다 대통령 본인과 가족이 관련된 사안이다. 특검법 지지 여론이 반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용산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공수처가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관여된 의혹을 신속히 제대로 수사하기엔 부족하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수처 수사의 기소권은 최근 지휘부가 교체된 검찰이 갖고 있다. 이대로 가면 주말 촛불집회가 번지고 ‘정권퇴진’을 입에 올리는 극단적 상황이 우려된다. 대통령이 민심과 맞서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국정 부담과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