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야당 공세에 대비한 '명분 쌓기'에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대통령실을 향해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 맞서 '불공정한 특검법'이라는 프레임을 굳히며 막판 방어에 총력을 다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켜 현재 정부에 이송된 특검법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특검법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못 박았다. 추 원내대표는 특검법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지 않았고 △특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든 데다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야권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그동안 13번의 특검 중 12번이 여야 합의로 실시됐다"면서 "협의가 안 됐던 BBK 특검조차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합의로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안에는 대한 변협이 변호사를 4명 추천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2명을 골라서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된다"며 "특정 정당이 추천권을 독점하는 임명 방식으로는 특검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 제12조 대국민보고 규정은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불가피한 독조소항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면서 "국회가 젊은 군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정쟁에 이용하기보다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에 힘을 합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태 비대위원도 "민주당의 무차별적인 특검 추진의 목표는 자신들의 사법리스크를 중단시켜 입법과 행정을 모두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정략적 시도에 일치단결해서 단호히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법을 재표결한다고 해도 당의 '단일대오'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야권이 특검법 재의결에 나설 경우, 호응해 찬성으로 돌아설 당내 이탈표가 관건이다. 이에 당 지도부는 '표 단속'에 공을 들였다. 의원들의 해외출장 일정을 파악하고, 본회의 출석과 반대표 행사를 당부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민주당 원안 재의결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조해진 의원)며 특검 반대로 기울었지만, 김웅 안철수 이상민 의원 등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초선의원은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직면한 민심을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라며 "당의 태도와 여론 추이를 보고 찬반 여부를 정할 예정"이라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