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후 미조치(뺑소니) 은폐 사건을 '사법방해'로 규정하고, 일선 검찰청에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20일 전국 검찰청에 음주운전 범죄와 관련한 사법방해를 엄중히 단속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최근 피의자와 피고인 등이 △음주운전·교통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진상 은폐를 위한 적극적·조직적·계획적 허위진술 △허위진술 교사·종용 등을통해 형사사법체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검찰이 이런 시도에 맞서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사법방해에 대해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라"며 "(이런 사안은) 형사소송법상 '증거인멸·도주 우려'라는 구속 사유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유사 사건이 발생하면 불구속 수사를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재판 단계에서 사법방해 행위를 가중처벌 요소로 반영하고, 형량이 낮을 경우 항소하는 등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제도 개선도 요구하기로 했다. 음주 교통사고를 낸 후 의도적으로 다시 술을 마시는 행위를 가중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음주 운전자가 사고를 낸 후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술을 더 마신 뒤 "방금 마신 술"이라고 주장하며, 원래의 음주운전을 부인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고 당시의 혈중 알코올농도 측정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는데, 아예 이런 행위를 법률에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자는 것이다.
대검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음주운전이 발각될 것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 행위를 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는 조항 신설을 요구했다. 대검 관계자는 "의도적 추가 음주 행위는 음주운전의 핵심 증거확보 방법인 '음주측정'을 무력화하는 행위"라며 "이를 통해 처벌을 모면하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의 이날 지시는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 은폐 때문에 나왔다. 김호중은 9일 밤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음주운전, 운전자 바꿔치기, 교통사고 후 추가 음주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호중의 소속사는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김씨는 열흘이 19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고, 김씨 소속사 역시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