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고발' 백은종 출석... "김 여사 인사청탁 대화도 제출"

입력
2024.05.20 17:17
11면
청탁 대가 고가 선물... 뇌물 성립 주장
명품 화장품·향수 수수 등 추가 고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고발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20일 고발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김 여사가 인사 청탁을 받은 정황이 담긴 메시지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청탁 대가로 선물을 받은 김 여사를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이날 백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최재영 목사는 2022년 9월 김 여사를 만나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가방을 선물했는데,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촬영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서울의소리는 영상 촬영이 "잠입 취재"였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백 대표는 검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김 여사가 오랫 동안 뇌물을 받아오며 중독된 것 아닌가 싶다"며 엄중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은 이날 그를 상대로 고발 경위, 취재 목적, 취재 과정 등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소리 측은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상대로 제3자의 인사를 청탁한 정황이 담긴 메시지를 이날 검찰에 제출했다. 이 메시지에는 최 목사가 2022년 6월 180만원 상당의 샤넬 향수, 화장품을 선물한 직후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김 여사에게 인사를 청탁한 상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백 대표는 선물이 대통령의 인사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만큼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진짜 청탁이 아닌 '잠입취재' 일환이었다며, 구체적 청탁 내용이나 김 여사의 답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직무 관련성 입증이 필요하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 목사와 김 여사가 명확히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주고 받았는지를 규명해야 뇌물 혐의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소리 측 변호인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답을 하긴 했지만 해석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애매하다"며 "보기에 따라 이거(청탁)에 대한 답일 수도, 다른 거에 대한 답일 수도 있다"고 메시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백 대표는 이날 최 목사가 김 여사를 만나 명품 가방을 건넨 날 손목시계에 내장된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의 원본도 제출했다. 영상은 총 30여 분 분량으로, 13일 최 목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을 때 제출을 거부한 자료다.

서울의소리 측은 이날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윤 대통령 부부를 추가로 고발했다.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명품 화장품·향수와 40만 원 상당의 양주를 받은 혐의 △김 여사가 사무실 앞 대기자들로부터 선물을 받은 혐의 △최 목사가 목격한 김 여사의 '금융위원 인사 청탁' 관련 인사 개입·직권남용 혐의 등이 고발장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 대표는 "최근 검찰 고위직 인사가 기습 단행된 탓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신뢰할 수 없어서, 대검에 추가 고발장을 냈다"며 "추가 자료 제출 여부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보며 결정하겠다"고 했다.

강지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