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동 반포자이아파트 84㎡의 신규계약 전세보증금이 이전 대비 3억 원이나 급등해 15억 원에 거래된 건 단순한 시장현상만은 아니다. 물론 서울 전세가는 지난 1년(50주) 동안 지속 상승했다. 당장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전세로 살면서 관망하려는 매매 대기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신규주택공급이 크게 줄어 전세 매물이 희소해진 탓이다. 그럼에도 반포아파트 전세가 급등은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법 시행(2020년 7월 시행)의 부작용이 결국 전세불안에 기름을 붓게 됐다는 점에서 무리한 정책의 해악을 새삼 확인해주고 있다.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대개 정의와 선의를 앞세워 추진됐으나 실제론 큰 부작용을 야기함으로써 파국적 실패로 귀결됐다. 윤석열 정부가 기존 부동산정책 대부분을 뒤엎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2년 차를 넘기고 있는 현 정부 부동산정책은 올바른 방향을 잡은 것일까. 딱한 일이지만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보정을 넘어 정반대의 극단으로 치닫는 바람에 정상 궤도를 찾기는커녕 되레 더 심각한 부작용을 키우는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지금 전세보증금 급등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중요한 부동산시장 위험으로 다시 불붙고 있는 집값 양극화를 꼽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시장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서울 강남3구나 ‘마용성’ 같은 수요 집중 지역과 서울 내 여타 지역, 또는 서울•지방 간 집값 격차는 다시 확대되고 있다. 그나마 매매 수요가 최선호 지역으로 쏠리면서 해당 지역만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3.3㎡당 3,178만 원으로 좁혀졌던 강남 3구와 그 외 서울 아파트 매매가 격차는 2023년 3,309만 원, 2024년 3월 3,372만 원으로 확대됐다. 또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2022년 5월 5억1,219만 원에서 올해 3월 4억5,051만 원으로 하락했다는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평균 하락폭은 8.5%인 반면, 지방권 아파트는 13%나 하락해 서울과 지방 집값 격차도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집값 양극화가 다시 두드러지게 된 건, 문재인 정부 때 규제들을 현 정부가 깡그리 갈아엎고, 나아가 정반대 극단으로 치닫는 정책들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만 해도, 집값 상승에 따라 기본공제금액을 상향 조정한 것 외에, 공시가와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대폭 낮춤으로써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또 다주택 규제 및 조세부담 완화, 각종 거래규제 완화 등도 지난 정부와 반대로 치달은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크게 미욱했지만, 나름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필요가 없었던 게 결코 아니다. 종부세는 공정과세에 다가가면서도 선호지역으로만 집중되는 주택 구매 수요를 분산시키는 복합효과가 기대됐다. 실제 문재인 정부 말기엔 잠시나마 강남 집값 상승세가 꺾이기도 했다. 주택 수요 거품을 제거하는 다주택자 규제도 타당한 측면이 많았다. 그것들을 현 정부는 덮어놓고 모두 폐기하다시피 함으로써 집값 양극화 심화나 전세시장 불안 등이 뒤엉킨 시장 혼란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단순한 상품시장이 아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전반적 사회 양극화의 향배를 가를 ‘현실’ 대 ‘정책’의 상징적 전장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시장주의를 최고선으로 여기는 듯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지금이라도 절실한 공적 개입을 회피하지 않는 방향으로 원점 재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