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한 푸틴, 왜 평양은 안 들렀나… "시진핑이 싫어했을 수도"

입력
2024.05.19 22:26
북·중·러 삼각관계 구도 부각에 부담
'서방 관계 개선' 중국의 눈치 보기

최근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귀국길에 북한을 들르지 않은 배경을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류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중·러 삼각관계 구도가 부각해 서방의 반발을 살 가능성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서방과 관계 개선에 나선 중국이 전통적 동맹과의 거리 설정에 애를 먹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익명의 외교관과 이 사안에 관계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푸틴 방북 가능성, 베이징을 짜증나게 해"

앞서 외교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16, 1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후 북한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예측이 돌았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평양에 초대한 데 따른 답방 차원에서다. 특히 이번 방중 일정의 마지막 행선지가 북한에서 가까운 중국 하얼빈이라는 점에서 '깜짝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간 크렘린궁도 북한 측 초청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WSJ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베이징을 짜증 나게 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을 연달아 방문할 경우, 서방에 '중국이 북·러와 삼각 관계를 강화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반발을 고리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에는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벌어지고 있다. 서방 국가들에 계속 철강·태양광 패널 등을 팔아야 하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여기에 무기를 지원하는 러시아·북한 간 입장이 달라진 결과다.

WSJ는 "중국은 그간 러시아 측에 북한을 포함한 삼각 동맹보다는 중·러 양자 동맹 발전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혀왔다"면서 "삼각 동맹에 대한 서방의 우려가 커지면 중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짚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쑨윈은 WSJ에 "중국의 목표는 두 예측 불가능한 파트너들 틈에 갇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북한 현상 유지 원해"

특히 중국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도울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서방은 지난해 9월 회담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 등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에 '한반도 현상유지'를 원하는 중국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 정보장교 출신 연구원 데니스 윌더는 WSJ에 "중국은 북한이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동북아의 잠재적 위협으로 존재하기를 원한다"면서 "(지난해 9월 정상회담으로 형성된) 북·러 간의 우호 관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답방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위한 준비가 제 속도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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