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한국에 온다 한들

입력
2024.05.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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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한창이다. 3국이 매년 번갈아 열다가 한국 차례가 되자 5년이나 걸렸다. 지난해 줄곧 분위기를 띄우다 올해로 밀렸다. 이웃나라인데도 한자리에 모이기 여의치 않을 만큼 서로가 껄끄럽다.

뜸 들이는 중국 때문에 애먹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대조적이다. 시진핑 주석이 해마다 빠지지 않고 공들여온 행사다. APEC은 미국과 러시아도 주요 멤버다. 섣불리 몽니를 부리기 버거운 상대다.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가 드러난다.

중국 넘버 2인 총리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동북아를 무대로 모처럼 정상외교의 시간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정치보다 혹독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우리와 체급 차이가 현격하다. 어지간히 잘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내가 못해도 경쟁자가 더 못해 어부지리로 이기는 건 어림도 없다.

선의에 기댔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다. 특히 중국과 그렇다. 고대하던 시 주석 방한은 한국 외교의 응어리로 남았다. 2014년 다녀간 후 10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그사이 우리 대통령은 중국을 세 번 오갔다. 외교 관례와 상식에 비춰 민망한 일이다.

2019년 만회할 기회를 잡는가 싶었다. 당시 여당 대표가 ‘4월 방북, 5월 방한’을 점쳤다. 시 주석 한국 방문의 희망회로를 바삐 돌렸다. 심지어 북한을 거쳐 판문점을 관통해 남쪽으로 내려오는 극적인 시나리오까지 나돌았다.

“어림잡아 3,000명은 한국에 간다.” 베이징의 한반도 전문가는 방한 규모를 이렇게 추산했다. 시 주석이 한국을 찾는 초대형 이벤트에 걸맞은 인해전술이었다. 성사된다면 한국과 풀지 못할 문제가 없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후폭풍을 단번에 잠재울 호재였다.

하지만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그해 6월 시 주석이 향한 곳은 평양이었다. 김정은과 손잡고 웃으며 한국을 외면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북한이 내지르는 환호성에 묻혔다. 반년 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으로 건너가는 성의를 보였지만 틀어진 양국관계는 진전 없이 맴돌았다. 그리고는 다시 5년이 흘렀다.

한국은 여전히 중국이 절실하다. 북한을 움직일 가장 강력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호응해야 비핵화의 물꼬를 트고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수 있다. 경제협력과 문화교류로 생색낼 때가 아니다. 정부가 집요할 정도로 시 주석 방한에 매달린 건 그런 이유에서다.

다만 한중관계를 쥐고 흔들던 위세는 예전만 못하다. 그가 온다고 앙금을 털고 새 판을 짤 수 있을까. 사드 갈등은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이 됐다. 도발 폭주하는 북한은 중국에 더해 러시아를 끌어들여 한미일 공조에 맞섰다. 한국은 중국에 가장 민감한 대만 이슈에서 발을 뺄 수 없는 처지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이 못마땅한 중국은 우리를 상대로 얼굴 붉힐 핑계가 더 늘었다.

내년 APEC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열린다. 시 주석이 내키지 않아도 와야 하는 자리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지만 윤 대통령에게 묵직한 선물을 내놓기 쉽지 않다. 큰형 노릇하며 폼 잡던 중국의 후광은 이미 사라졌다. 관리해야 할 까다로운 변수가 된 지 오래다. 엎드려 절 받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국 눈짓에 호들갑 떠는 짝사랑 외교에서 벗어날 때다. 한국을 붙잡아야 한다면 알아서 달려올 테니.

김광수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