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행동 3개월… '의대 증원 적법'에도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입력
2024.05.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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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차 전공의, 내년 전문의 시험 차질
정부 "부득이한 사유는 인정" 퇴로 제시
전공의 "복귀 안 해", 의대생 "휴학 강행"

의과대학 증원이 적법하다는 법원 결정에도 무더기로 사직서를 내고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집단 이탈한 지 3개월이 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의료 정상화가 어려워 환자 피해는 계속된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전공의 복귀를 설득해야 하고 전공의들도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은 이달 말 대학별 2025학년도 모집 요강 발표만 남은 상태다. 의대생·전공의·의대 교수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지난 16일 서울고법에서 기각·각하돼 의대 증원 및 대학별 정원 배분은 확정 단계다. 의사 측 변호인은 대법원 결정을 이달 말로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재항고 절차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9부 능선을 넘은 정부의 최대 과제는 전공의 복귀다. 전공의들의 수련기간 미달로 당장 내년에 신규 전문의가 배출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공의는 수련 중 공백이 1개월 이상 발생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는 해 5월 31일까지 추가 수련을 마쳐야 한다. 수련 시작일이 3월 1일이라 원칙상 공백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없다. 지난 2월 20일 병원을 떠난 고연차 전공의들은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올해 레지던트 4년차(일부 과목 3년차)는 2,910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 유예에 이어 재차 회유책을 제시했다. 휴가와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하지 못하는 경우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사유가 인정되면 추가 수련 기간이 일부 조정되고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도 조금이나마 연장돼 구제 가능성이 생긴다. "집단행동은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마지막 퇴로를 열었다고 분석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면허 정지 처분 유예,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 회동, 대학별 정원 자율 조정, 항고심 등 그동안 전공의들이 돌아올 계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며 "추가 수련 예외 규정은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유인책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20년 의사 파업 후 의대생 국가시험 재응시 사례처럼 결국 전공의들이 구제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팬데믹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데다 여론도 매우 부정적이다. 정 교수는 "정부가 구제하려 해도 재량권 범위를 벗어나는 행정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공의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집단 이탈이 길어지면 커리어 문제 등 개인이 감당할 불이익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복귀 의사가 있지만 동료들의 비난과 집단 따돌림을 걱정해 복귀하지 못하는 전공의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월급이 끊겨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 사법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지 않아 의대 증원 백지화 주장에 명분이 사라진 만큼 내년도 대학입시 요강이 발표되면 더는 투쟁 동력이 없어 복귀 움직임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전공의 생활을 아예 그만두겠다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주변 전공의들이나 의대생들도 의사를 악마화하는 정부나 여론에 상처 받고 회의를 느껴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필수과 소속일수록 반발은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유급 위기에 처한 의대생들도 강경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정부는 학생들의 휴학을 인정하지 않으며 학생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며 "복귀는 주변의 호소와 회유가 아닌 학생들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표향 기자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