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군사법원 법정에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과 관련해 증언하게 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을 심리 중인 군사법원은 이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그의 통신기록 등도 조회하기로 했다.
중앙군사법원은 17일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 대령에 대한 4차 공판에서 이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은 상관명예훼손 범죄사실의 피해자"라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사건 기록 경찰 이첩 보류 명령을 하게 된 이유 및 정황과 관련이 있고, (증언 내용은) 해당 명령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판단의 전제가 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을 법정에 반드시 세워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격노를 들었는지, 그게 박 대령에 대한 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박 대령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이 전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의 통화기록 및 문자메시지 내역도 조회하기로 했다. 군검찰은 "통신기록은 항명 재판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항명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대통령실의 관여가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박 대령 측 논리를 재차 수용했다. ①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 경찰 이첩 보류 지시 ②이첩한 수사 기록 회수 ③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착수 등 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사건이 해당 기간에 일어난 만큼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와 당시 어떤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이 됐는지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지정된 기일에 출석해 증언하겠다"면서도, "이첩 보류 지시와 박 대령 항명죄 수사 지시 등은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 사실을 묻자 "수사 중인 내용"이라며 답변을 거부하는 등 수사 외압 의혹에 입을 굳게 닫았다.
유 관리관은 또 이 전 장관이 수사기록 이첩 보류를 지시한 직후 열린 회의 메모에서 나온 관련 내용을 발언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은 지난해 7월 31일 열린 회의에서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우리가 송치하는 모습이 보임', '경찰에 필요한 수사자료만 주면 됨'이라고 메모했다. 그는 지난해 군검찰 조사에서 유 관리관이 말한 내용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관리관은 공판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불출석한 정 전 부사령관을 다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다시 불러 메모에 적힌 발언의 주체를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