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이 적법하다는 사법부 판결을 받아 든 정부가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며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학교육 질 확보,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등 후속 대책 마련도 거듭 약속했다. 다만 집단 이탈 석 달째인 전공의들을 병원으로 복귀시킬 유인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 실장은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법부 판단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아 수십 년간 지속된 의료체계 왜곡을 바로잡고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고법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각하, 기각하면서 의대 증원 정책은 여론의 압도적 찬성, 여야 영수회담에서 확인된 정치권의 초당적 지지, 여기에 법적 타당성까지 삼박자를 갖추게 됐다.
탄력받은 정부는 우선 이달 말까지 내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의학교육 질을 높이기 위한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도 추진한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교원, 교실, 실습 기자재 등 기본 인프라 확충, 의료개혁 방향에 맞는 미래 지향적 교육 과정 마련을 두 축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개혁 세부 과제를 다룰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4개 전문위원회도 본격 가동됐다. 전날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논의한 데 이어 이날은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에서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중심 전환,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등을 검토했다. 다음 주에는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와 ‘의료인력 전문위’ 회의가 열린다. 전 실장은 “대한의사협회, 전공의, 의학회 자리는 비어 있다”며 “의료개혁 논의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의료공백 해소는 여전히 난제로 남은 상황. 특히 전공의 복귀 문제는 당면 과제다. 20일이면 집단 이탈 세 달이 되지만, 전공의들은 아직 돌아올 조짐이 없다. 20일까지 미복귀한 고연차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 미달로 내년 초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없다.
전 실장은 “제때 전문의 면허를 따고자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복귀해 하루라도 빨리 수련을 마쳐야 한다”며 “불이익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빨리 복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부득이한 사유로 휴가·휴직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수련병원에 제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구제 방안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행 법령(전문의수련규정 및 시행규칙)은 전공의가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을 받지 못했다면 공백 기간 중 1개월을 공제하게 돼 있어, 이를 적용할 경우 이탈 기간이 3개월을 넘은 전공의도 수련 기간을 충족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공의 처우 개선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을 위한 국가 재정 투입,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전임의 대상 수당 지급,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전공의 참여 등 여러 정책을 추진 또는 시행하는 중이다. 전 실장은 “전공의들이 수련과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조속히 현장으로 복귀해 수련제도 마련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은 여전히 ‘증원 백지화’를 고수하고 있지만, 의대 증원 절차가 끝나면 집단행동 동력이 떨어져 복귀 움직임이 가시화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복지부에 따르면 수련병원 100곳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가 9일에 비해 16일에는 20명 정도 증가했다. 최근 5대 상급종합병원 전임의 계약률도 70.5%까지 올라갔다. 의사 집단행동 초기 33.9%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전임의의 계약률 상승이 법원 결정과 맞물려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