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방치=배임" vs "뉴진스 가스라이팅"... 민희진-하이브 80분 법정 공방

입력
2024.05.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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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아일릿 표절, 내부고발 당연"
하이브 "무속경영·뉴진스 험담" 폭로
법원 "임시주총 열리는 31일 전 결론"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 측과 모회사 하이브가 17일 법정에서 맞붙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뉴진스를 차별·방치해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하이브는 민 대표가 사익 추구를 위해 경영권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김상훈)는 이날 민 대표가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며 하이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을 열었다. 하이브는 이달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 해임을 골자로 한 이사진 해임 및 신규 선임안을 상정한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갖고 있는 만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민 대표 해임은 거의 확실하다.

민 대표 측은 변론에서 "민 대표 해임은 본인뿐 아니라 뉴진스, 어도어, 하이브까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이브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문제를 거론하며 "그동안 (하이브에) 존재해 왔던 차별과 문제들에 대한 완결판"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 측이 이를 내부 고발한 것 역시 "채권자(민 대표)는 전속계약에 따라 뉴진스가 권리 침해를 당하는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주주 간 계약에 의해 하이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 간 계약에 하이브는 민 대표가 5년간 어도어의 대표·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주총회에서 보유 주식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주주 간 계약상 민 대표가 배임·횡령 등 위법 행위를 한 경우 사임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가처분이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위해 글로벌 투자자를 만나는 등 주주 사이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민 대표 측이 뉴진스 차별 논리로 내세우는 아일릿 표절도 "(갈등의) 이슈화가 목적"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민 대표와 뉴진스의 관계에 대해 "아티스트가 수동적으로 머무르기를 원하고 가스라이팅(심리지배)을 '모녀관계'로 미화했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에게 "멤버들 뒷바라지하는 게 끔찍하다"며 비하 발언을 쏟아낸 점 등이 근거였다. 이 밖에 민 대표가 무속인에게 주요 의사결정을 묻고 따랐다는, 이른바 '무속 경영', 민 대표의 편향된 성인지 감수성 등도 가처분 기각 사유로 제시했다.

심문 과정에서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을 비하하는 측근들과의 대화 메시지를 블러(흐리게 해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처리 없이 공개하려 했지만, 민 대표 측이 이의를 제기하며 무산되기도 했다. "비밀 침해"라는 민 대표 쪽 논리에, 하이브 측은 "(감사로) 적법하게 취득했고 블러 처리도 해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80분간의 공방이 끝난 후 24일까지 양측의 자료를 제출받고, 주총 개최 전까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