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켜라'… 의회 일정도 팽개치고 뉴욕 법정 달려간 공화당 충성파

입력
2024.05.17 20:00
초강경 우파 하원의원들, 너도나도 법원 행렬
법안 투표도 안 해… 상임위 일정 미뤄지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용 돈 지급' 사건 재판이 열린 16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0여 명이 몰렸다. 탄압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본업인 의회 일정도 뒷전으로 미룬 '충성파'들이었다. 최근 며칠 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마다 충성파 의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면서 법정이 흡사 선거 운동 현장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트럼프 재판은 공화당 내 충성도 테스트"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맷 게이츠, 로렌 보버트, 밥 굿 등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은 이날 오전 속개된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 현장에 나타났다. 상당수는 공화당 내 초강경 우파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었다. 이들은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게이츠 의원),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서기 위해 대선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굿 의원)며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이 공화당 의원들의 필수적인 충성도 테스트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州) 주지사, JD 밴스 상원의원 등 부통령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이들도 이미 한 번씩 법원에 들러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법정을 찾아 기자들에게 "사법 시스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누는 무기가 됐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의회 일정도 안 가"… 트럼프 '호위무사'들 열기

트럼프 호위무사들의 충성 경쟁 열기는 예정된 의사 일정도 지연시켰다.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러 뉴욕으로 향하면서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에 대한 하원 감독·책임위원회와 법사위원회의 '의회 모독' 결의안 처리 일정도 늦춰졌다. 법사위 일정에는 게이츠 의원 등 2명이 아예 불참했고, 당초 이날 오전 11시 개의 예정이었던 감독위는 오후 8시에야 시작됐다.

앞서 갈런드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른바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던 로버트 허 전 특검의 조사 당시 영상을 공개하라는 공화당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공화당이 의회 모독이라고 주장해 감독위·법사위가 열리게 된 것인데, 정작 당 소속 의원들은 나 몰라라 한 셈이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결의안은 두 상임위에서 모두 의결됐다.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