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은 발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법원 판례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발명이라 해도, 기계인 AI는 특허 출원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구회근)는 미국 AI 개발자 테일러 스티븐 엘이 한국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특허출원 무효 처분 취소 청구 항소심에서, 16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0년 3월 테일러는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를 한국 특허청에 출원했다. 특허청이 "자연인(사람)이 아닌 AI는 발명자로 적을 수 없다"고 보정을 요구했지만, 테일러는 이를 거부했다. 특허청이 출원 무효 처분을 내리자 테일러는 "무효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지난해 6월 테일러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한국 특허법 문헌 체계상 발명자는 자연인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분명하다"면서 "발명자에게는 발명과 동시에 특허에 따른 권리가 귀속되기 때문에 권리 능력도 있어야 하는데, AI는 물건에 해당해 독자적 권리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허법상 법리를 유지할지, 또는 기술의 변화에 따라 일부 변경할지는 향후 사회적 논의에 따라 이뤄질 일"이라고 덧붙였다.
항소심 법원은 구체적인 기각 이유를 법정에서 밝히지 않았지만, 1심과 유사한 판단에 따라 AI를 특허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는 다른 나라에서도 특허 신청 및 소송을 냈지만, 대부분 거절되거나 기각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심사를 거쳐 특허 등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