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44주년을 맞는다. 5·18은 정권을 탈취하려는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벌인 시민운동이다. 국가폭력의 피로 물들었던 5월 광주의 전후를 기억하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이계성 한국일보 논설실장·편집국장의 '12·12'는 5·18 민주화운동 5개월 전에 일어난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책이다. 12·12는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최규하 당시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등을 체포하고 권력을 탈취한 사건이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후 군사반란에 대한 전격 조사가 벌어질 당시 취재 기자였던 저자는 핵심 인물인 정승화, 장태완을 비롯한 100여 명 관련자의 인터뷰를 하고 심층 취재했다. 당시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책은 군사반란 전사와 긴박했던 그날의 상황, 이후 이야기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어 5·18의 전후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신간 '양림동 소녀'는 5·18 생존자 임영희씨가 쓰고 그린 에세이다. 제목에 나오는 '양림동'은 저자가 10대와 20대를 보낸 동네 지명이다. 전남 진도 출신인 저자는 문인의 꿈을 키우며 광주로 갔다가 양림동에서 사회운동과 5·18 민주화운동을 겪었다. 54세 때 뇌출혈로 마비증세를 겪은 저자는 재활치료를 받으며 생존자로서 겪었던 꿈과 희망, 절망과 좌절을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귀여운 그림체와 담담하게 목소리가 담긴 '5·18 동화'는 3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이번에 책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