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드럼통 살인’ 피의자에 체포영장… 금전 관련 범죄 무게

입력
2024.05.15 18:30
11면
절도 모의·카드 부정사용 혐의도 포함
한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 검토

태국 사법 당국이 한국인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용의자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태국은 이들이 금전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15일 태국 공영 PBS 등에 따르면 방콕 남부형사법원은 한국인 남성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납치, 살해, 시신 유기·훼손, 절도 모의, 카드 부정사용 등 5개 혐의가 적용됐다.


한국서 검거한 용의자 태국 송환 방안도 검토

태국 경찰은 이미 한국에서 검거된 용의자 2명을 태국으로 송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숨꾸안 푸엔탑 수사 팀장은 “태국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범인을 태국으로 송환해 기소할 수 있도록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한국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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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자국에서 발생한 사건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고 범죄인 인도 역시 요청할 수 있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용의자도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각각 붙잡히긴 했지만, 태국 땅에서 벌어진 범죄인 만큼 직접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범죄인 인도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송환 여부는 국가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주태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태국 경찰 관계자가 한국 경찰 수사 후 범죄인 인도 요청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아직 요청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태국 경찰, 범행 동기 '금전적 이유'로 추정

태국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이 ‘돈’과 관련돼 있다고 추정한다. 푸엔탑 팀장은 “각종 자료와 목격자 등 명확한 증거를 수집했다”며 “살인 동기는 금전적 이유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구체적인 증거가 무엇인지 밝히진 않았다. 다만 태국 법원이 용의자에 적용한 5개 혐의 가운데 ‘절도 모의’와 ‘타인의 카드 불법 사용’이 포함돼 있어 피해자 사망 전후로 돈을 강제로 빼앗으려는 시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검 결과 시신은 사망한 지 약 3, 4일 지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망 장소와 시점은 아직 조사 중이다. 태국 경찰은 일단 발견된 혈흔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파타야가 아닌 방콕 인근에서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태국 휴양지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검은색 플라스틱 드럼통 안에 담긴 한국인 남성 A(34)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태국 당국은 한국인 용의자 3명을 특정했다. 이 중 2명은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체포됐고, 다른 한 명은 육로를 통해 미얀마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