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제미나이' 덕분에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한 검색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I/O). 1년 만에 이 무대에 오른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이렇게 강조하며 "우리가 약 9년 전 출시한 '구글 포토'(사진 저장·공유 서비스)가 한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당신의 자동차 번호판을 찾기 위해 사진첩에서 '무한 스크롤'을 할 필요가 없다"며 "구글 포토에 물어보라"라고 했다. 구글 포토에 대고 "내 차 번호판이 뭐더라?"라고 질문하면,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가 내 사진첩에 저장된 차량 사진들 가운데 자주 찍힌 사진을 이용자의 차라고 스스로 추론하고 번호판만 확대해 보여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피차이 CEO는 "당신의 딸이 언제 처음 수영을 배웠는지 기억 나지 않을 때도 구글 포토에 '루시가 언제 수영을 배웠니'라고 물어보라"며 "'루시의 수영 실력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줘'라고 더 복잡한 질문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제미나이가 이 같은 질문에 사진첩에서 딸이 수영 중인 사진을 추린 다음, 시간 순으로 요약·정리해 보여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피차이 CEO가 "올여름 '사진에 질문'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객석의 개발자, 기자 등 4,300여 명에게서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구글이 '제미나이 시대'를 열었다. 구글 검색과 구글 포토, 워크스페이스, 안드로이드 등 사실상 구글의 모든 제품에 제미나이를 결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는 우리의 인터넷 생활 전반에 AI가 더 깊이 개입하게 됨을 뜻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구글의 '전 제품 AI화' 선언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것은 인터넷이 작동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꿀 것이다."
이날 구글의 발표 중 단연 화제를 모은 것은 구글 검색과 제미나이의 결합이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생성형 AI를 구글 검색에 적용하긴 했으나 일부를 대상으로만 시범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구글은 "이번 주부터 미국에 제미나이 기반 검색 기능을 정식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생성형 AI의 탑재는 구글 검색 등장 이후 25년 만의 가장 큰 변화"라고 전했다.
구글은 AI 검색 기능의 이름을 'AI 오버뷰(개요)'로 부르기로 했다. 리즈 리드 검색 담당 수석부사장은 "연구, 계획, 아이디어 구상에 이르기까지 마음속에 있는 무엇이든 AI 오버뷰에 물어볼 수 있다"며 "구글이 당신을 대신해 '손품'을 팔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미나이 도입으로 "열 번 검색할 것을 '한 번에' 하는 게 가능해진다"면서 미국 보스턴의 요가 학원을 찾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지금까지는 검색창에 '보스턴 요가 학원'을 검색한 뒤, 나온 결과를 하나하나 눌러 보고 재검색해 집에서부터의 도보 거리, 이용자들의 평가, 강습료, 할인 행사 여부 등 원하는 정보를 살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가장 좋은 요가 학원을 찾아주고, 강습료 등 세부 정보도 알려줘"라고만 주문하면, AI 오버뷰가 원하는 정보를 정리해 보여준다.
'영상 검색'도 가능해진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구글은 이날 무대에서 고장 난 턴테이블을 고치는 법에 대해 질문했다. 구글 직원이 턴테이블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촬영하며 "이 부분이 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지?"라고 음성으로 물어보니, AI 오버뷰는 턴테이블이 어떤 제품인지와 고장의 원인을 찾아본 다음 수리법을 정리해 보여줬다.
구글은 연말까지 10억 명이 AI 오버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출시 지역을 순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구글은 그간 생성형 AI를 검색 엔진에 적용하는 데 신중했다. 허위 정보 유포 등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며 "검색에 마침내 제미나이를 결합한 것은 구글이 AI 주도권을 쥐기 위해 얼마나 공격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했다. 현재는 AI 경쟁에서 구글이 오픈AI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미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따라잡겠다는 게 구글의 전략인 셈이다. 구글 검색에 제미나이가 완전히 결합될 경우, 구글은 단번에 전 세계 20억 명을 제미나이의 잠재 이용자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I/O는 제미나이 자체의 능력보다는 AI가 실생활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전날 오픈AI가 음성 반응 속도를 0.2초대까지 단축한 새 AI 모델 'GPT-4o'를 공개한 것과 비교해 "기술적 발전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구글은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한 듯, '프로젝트 아스트라'라고 부르는 장기 일반인공지능(AGI) 개발 프로젝트의 초기 결과물인 AI 비서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이 AI 비서는 이용자가 창밖을 비추며 "내가 어느 동네에 있지?"라고 묻자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라고 정확하게 답했고, "내 안경이 어디 있어?"란 질문에는 "책상 위 빨간 사과 옆"이라고 답했다. 이용자가 이동하며 촬영한 모든 장면을 '기억'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경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미국 테크매체 더 버지는 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