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솔로? 나는 절로!... 부처님오신날, 사찰에 모인 청춘들

입력
2024.05.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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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 사찰에서 봉축법요식 봉행
2030 "힙해서 왔는데, 위로받고 가요"


"연등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바글바글 인파 속에서, 하늘 위로 펼쳐진 형형색색의 연등을 바라보던 이모(35)씨가 감탄했다. 곧 결혼을 앞둔 그는 연인과 함께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곳을 찾았다. 두 사람은 모두 불교 신자가 아님에도 절에 왔다. 최근 언론을 통해 소개된 불교의 '힙'(새롭고 개성 넘치다)함에 매료됐기 때문이란다. 불교가 정확히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 그 교리는 정확히 모르지만, ①믿음을 강요하지 않고 ②따뜻한 위로를 건넨다는 지향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조계사가 절 중의 절(조계종의 총본산)이라 해서 왔다"며 "남자친구와 초도 올려보고 인근에서 맛있는 밥도 먹을 생각"이라고 함빡 웃었다.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봉축법요식이 진행됐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전국 주요 사찰은 불교 최대 행사를 기념하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오전 10시부터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을 봉행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종정인 성파 대종사, 정관계 인사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봉축법요식은 석가모니 탄생을 축하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불교 최대 행사다. 진우스님은 봉축사에서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마음 깨침으로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온 국민이 모두 부처님의 대자비와 지혜 속에서 내 마음의 평안과 세상의 평화를 일구어 가시길 간절히 축원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천태종과 한국불교태고종도 각각 법요식을 열어 석가모니 탄생을 기념했다. 서울 봉은사와 진관사, 경주 불국사 등 주요 사찰에서도 법요식과 점등식 행사가 열렸다. 타 종교계에서도 축하가 이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연등의 찬란한 빛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이 온 세상을 환히 밝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모든 승가와 불자들께 마음 모아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특히 올해는 20대와 30대의 비신자들이 많이 보였다. 젊은 층 사이에서 불교가 매력적인 종교로 인식된 영향이 컸다. 이들은 사찰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즐기며 불교의 따뜻한 메시지에 위로를 얻었다.

젊은 방문객들은 아침부터 '초 올리기' 등 사찰 행사를 즐기거나, 인근 상점에서 판매하는 '행운부적' '합장주' 등을 구경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사찰을 한 바퀴 돌고 대웅전 앞에서 소원을 비는 20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송준한(24)씨는 "원래 기독교를 믿는데 불교신자인 여자친구와 조계사에 왔다"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이색적 느낌과 알 수 없는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불교신자 최정원(27)씨는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위 친구들도 거부감 없이 불교에 호기심을 가진다"며 "친언니는 천주교 신자지만 불교가 주는 편안함에 눈을 떠 종종 같이 절을 다닌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모(31)씨도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데 요새 불교가 뜬다는 말에 호기심에 와봤다"며 "온 김에 가족들의 건강을 비는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노년층들이 주로 믿는 종교로 여겨졌던 불교가 2030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불교계도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조계종 관계자는 "최근 불교가 젊은 분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서인지 지난번 연등회도 그렇고 올해 부처님오신날 행사도 그렇고, 유독 20·30대 방문객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행사들을 진행하며 젊은 층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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