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게임시장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한국의 주요 게임사가 1분기(1∼3월) 비용 효율화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있다. 크래프톤·네오위즈 등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여러 게임사들이 해외 시장을 노린 신작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돼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게임사의 실적은 대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부진했지만 다행히 시장 예상치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넥슨이 14일 공개한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48% 감소한 2,605억 원(엔화 291억 엔)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68.5%가 빠진 257억 원에 머물렀다. 넷마블은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2.9% 감소했으나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3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게임사들이 시장의 예상보다는 무난한 실적을 낸 것은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이다. 넥슨은 기업설명회 자료에서 "매출이 기대치를 상회한 가운데 인건비와 마케팅비를 신중하게 조정해 예상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넷마블도 지급 수수료와 인건비 등을 줄이며 꾸준히 비용 효율화를 진행해 내실 다지기에 힘썼다. 엔씨소프트도 영업 비용을 직전 분기보다 14% 줄였는데 특히 마케팅비는 83%나 축소했다.
불황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만큼 게임사들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는 박병무 공동대표가 10일 기업설명회에서 "5월 중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여러 기능을 분사해 본사 인원을 올해 말까지 4,000명대 중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실적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사들은 해외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1분기에 성장세를 이어간 크래프톤과 네오위즈는 긍정적 사례로 꼽힌다. 크래프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7% 증가했고 매출액도 역대 분기 기준 최대치를 뛰어넘었다. 전 세계적 인기작인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덕이다.
네오위즈는 영업이익이 14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1배 늘었는데 역시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P의 거짓'이 3월 기준 이용자 수 700만 명을 넘으며 장기 흥행을 지속한 덕이다. 넥슨도 서구 시장 진출작인 '데이브 더 다이버'와 '더 파이널스' 덕에 북미·유럽 매출을 92% 늘리며 선방했다.
다른 기업들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선 넷마블이 8일 선보인 인기 웹툰 원작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싱가포르·프랑스 등지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에서 2분기 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할 예정이다.
서구에서 인기 있는 콘솔(게임전용기기) 시장 공략도 늘고 있다. 시프트업은 최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전용으로 출시한 '스텔라 블레이드'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펄어비스는 8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오프라인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기대작 '붉은사막'의 시연 버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