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경선 국면에 '단일화 합의문'이 등장했다. 대선 후보나 총선 지역구 단일화도 아닌 국회의장 선거에서 합의문까지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굳이 합의문까지 필요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추미애 당선자는 지난 12일 조정식 의원과 회동을 갖고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 합의문'을 발표했다. "경쟁보다는 순리에 따라 최다선 중 연장자인 추 당선자를 단일후보로 추대하고, 합의정신에 입각해 단일후보 당선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다한다"는 게 합의문 요지였다. 조 의원이 단순 사퇴가 아닌 단일화 형식으로 추 당선자를 밀겠다는 약속이 담긴 것이다.
단일화도 갑작스러운데 이례적으로 합의문까지 등장하자 그 배경을 둘러싼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당초 후반기 국회의장을 노린 조 의원 측에서 제안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합의문 작성을 요구한 건 추 당선자로 파악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14일 "추 당선자가 합의문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심에 떠밀린 조 의원이 출마를 포기했지만, 이를 명문화해야만 조 의원 표를 흡수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친명계 내부 표계산 결과, 단일화가 없었다면 조 의원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민심'은 조 의원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추 당선자 측 관계자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인식이 같음을 천명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며 "조 의원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추 당선자는 이날 BBS라디오에서 "강요가 있거나 인위적 교통정리가 있었던 게 아니고 우리들 사이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명심이 당심까지 뒤흔드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명심을 전달받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조 의원과 정성호 의원을 만나 경선 포기를 제안했고, 또 다른 친명계 관계자가 우원식 의원 설득에 나섰으나 실패했다는 게 당 내부에서 유력하게 도는 얘기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5선, 6선쯤 되는 중진 의원들이 중간에 드롭하는 모양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인 의장을 당대표가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