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어려움 가중시키는 민생회복 지원금

입력
202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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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처분적 법률 입법과 위헌 가능성을 주장하는 여야 간 공방이 뜨겁다. 과연 민생회복 지원금은 합리적인 선택일까?

가계에 대한 현금성 지원은 애초에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 이런 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지원금 지급 후 가계의 실제 소비와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이뤄졌을 소비와의 차이인 '순소비 증가액'으로 측정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중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순소비 증가 효과는 대체로 지급액의 20~40%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동안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으므로 민생회복 지원금의 효과는 이보다도 작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95%로 이미 선진국 평균인 72%를 크게 웃돌았다. 그런데 2019년 4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가계대출 규모는 추가적으로 무려 17%나 증가했다. 따라서 민생회복 지원금은 어차피 하고자 했던 소비에 사용하고 나머지 재원으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려는 가구가 늘어나 소비 진작 효과는 이전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민생회복 지원금이 경기를 부양해 자영업자에게까지 온기가 돌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또한 민생회복 지원금을 사용처가 한정된 지역화폐로 지급해도 영세한 자영업자는 큰 혜택을 보지 못한다. 지역화폐 결제금액이 많은 업종들은 주로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병원, 의원 등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화폐는 발행 및 유통에 약 1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재정이 낭비된다.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고자 한다면 이들에게 직접 현금 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득이 경기 회복을 위한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 해도 전 국민보단 취약계층 위주의 지원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추가 소득 중 소비 지출로 사용하는 비중, 즉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총액이 같더라도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 계층에 집중 지원할수록 소비 진작 효과가 더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금 민생회복 지원금을 반길 수 없는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고금리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은 하락하고 있지만 4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인플레이션 목표인 2%와는 아직 차이가 크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13조 원에 달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이 지급되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일시적이나마 증가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춘다. 더욱이 올해도 세수 결손 가능성이 높아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는 시장금리를 상승시킨다. 결국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으로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금리의 고통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누구든 일시적 소비 증가에 그치는 현금 지원보다 지속적 성장을 위한 부문에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민생회복 지원금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이쯤에서 멈추자.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