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해임 시 뉴진스 '찬밥 신세' 된다고? 남겨진 숙제는

입력
2024.05.15 08:46
하이브·민희진 내홍 속 뉴진스 향후 활동에 쏠린 대중적 관심
'뉴진스 홀대' 주장한 어도어, 민희진 해임 시 활동 빨간불 우려 확산
하이브, 뉴진스 홀대·장기 수납 가능성 반박...핵심은 팀 방향성 유지

경영권을 둘러싼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 간의 내홍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의 향후 행보에 대한 각종 우려와 추측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지난달 22일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후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 등이 경영권 탈취를 통한 독자 행보를 시도한 정황과 이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혀 충격을 전했다. 민 대표 측 역시 즉각 반박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민 대표는 언론과의 스킨십을 최소화 하던 기존의 행보를 깨고 이례적인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 자신의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반박함과 동시에 하이브 경영진의 '뉴진스 표절' 행태 및 갑작스러운 감사 착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팽팽하게 대립한 양측의 주장 속 하이브와 민 대표 측의 갈등은 점차 깊어졌다. 하이브는 지속적으로 민 대표의 배임 행위, 경영권 탈취 모의를 주장하며 민 대표의 해임을 요구했고 민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을 반박하며 불합리한 주주간계약, 뉴진스가 하이브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치의 양보 없는 상황 속 결국 사태는 법적 다툼으로 번졌고, 하이브가 요구한 민 대표의 해임 여부는 어도어의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어도어의 임시주총은 오는 31일 열린다.

잇따른 '뉴진스 홀대' 주장 속 '찬밥 신세' 우려 확대...업계 시선은

임시주총 날짜가 정해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어도어의 최대주주인 하이브의 해임안 의결을 막기 위해 민 대표는 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을 냈고, 하이브의 불법적 감사 진행에 불만을 제기한데 이어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까지 앞세워 하이브의 뉴진스 홀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하이브는 민 대표 측 주장에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앞서 민 대표 측이 수차례 하이브의 뉴진스 차별 대우를 주장해 온 상황 속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무시했다'라는 자극적인 주장은 또 한 번 여론을 강타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사실상 뉴진스가 하이브로부터 홀대를 받았다는 민 대표 측 주장의 진위 여부가 명확히 확인된 것은 아님에도 이미 대중에게 '뉴진스는 하이브의 미운 오리 새끼'라는 주장이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

특히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부터 이로 인해 뉴진스가 입을 피해를 우려해왔던 이들은 오는 31일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의 해임안이 의결될 경우 뉴진스가 하이브로부터 홀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하이브는 이미 수차례 입장문을 통해 뉴진스의 심리적, 정서적 케어와 성공적 컴백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하고 멤버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팬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과연 이러한 우려처럼 민 대표의 해임이 확정될 시, 뉴진스는 하이브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게 될까. 이에 대해 업계는 "실제로 하이브가 뉴진스를 수납(오랜 시간 컴백을 진행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 은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고 바라 보고 있다. 민 대표가 주장한 하이브의 뉴진스 차별 대우 주장의 진위 여부를 차치하고, 하이브의 수익 구조에서 뉴진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사적인 감정으로 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는 시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진스가 기존에 국내외에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데다 이번 사태 속 이들의 행보에 대중적 관심까지 쏠린 상황에서 하이브가 뉴진스를 차별 대우한다는 것은 '자멸 행위'에 가깝다. 만약 민 대표가 해임 된다면 하이브의 입장에서는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민 대표의 재임 시절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전력을 다 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핵심은 '팀 방향성·색채 지속' 여부

만약 민 대표가 현재 법원에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민 대표는 오는 31일 임시주총에서 해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민 대표는 오는 24일 한국에서 발매되는 '하우 스위트(How Sweet)'를 마지막으로 뉴진스에게서 손을 떼게 된다.

이 때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하이브의 '뉴진스 수납' 여부가 아니라 뉴진스가 데뷔 이후 쌓아온 고유의 색채와 방향성의 지속 여부다. 뉴진스가 기획 단계부터 민 대표의 총괄 프로듀싱 하에 활동을 전개해오며 민 대표 특유의 감성으로 팀 컬러를 확립해왔고, 이러한 감성으로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며 두터운 팬덤을 쌓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 대표의 해임이 이루어질 경우 하이브를 주축으로 어도어의 새 경영진이 꾸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뉴진스가 민 대표 없이도 지금의 차별화 된 감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 지우기 어렵다. 팬들 역시 뉴진스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이 K팝 신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고유의 감성과 음악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 대표의 부재 이후 이러한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하이브 역시 깊게 고민해야 할 숙제다. 단순히 민 대표와의 갈등에서 승기를 잡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차례 하이브가 강조했던 뉴진스를 향한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며 이들의 정체성을 지킬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민 대표가 물러난 상황에서 뉴진스가 흔들린다면, 하이브는 지금의 사태보다 훨씬 큰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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