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사 국가고시 일정 연기를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다수가 의대생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국시 연기를 건의하자 정부가 수용적 태도를 비친 것이다. 2020년 의대 정원 증원 국면에서도 이에 반대해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에게 정부가 결국 응시 기회를 다시 부여했는데, 이번에도 의대생에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학들이 국시 일정 연기를 많이 건의했다"며 "(소관 부처인) 복지부와 협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 운영 대학들로부터 의대생 집단유급을 막을 학사 운영 방안을 받았는데, 일부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대책에 더해 국시 일정 연기를 정부에 역제안했다. 의대 본과 4학년생이 오는 9월 실시되는 국시 실기시험을 보기 위해선 임상실습 시수를 채워야 하는데, 의대생 대부분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2월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시에 응시하지 못한 의대 본과 4학년은 졸업 후 내년 국시에 다시 응시해야 해 의사면허 취득 시기가 1년 늦어진다.
국시를 시행하는 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현재 어떠한 입장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시를 치려면 졸업을 (내년) 2월에 하면 된다"며 "현재로서는 여러 예외적 사항까지 검토하진 않고 있다"고 했다. 국시에 응시하려면 의대를 졸업하거나 6개월 이내로 졸업할 예정이어야 한다는 의료법 조항을 언급한 것으로 '원칙대로'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20년에도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법령까지 바꿔가며 응시 기회를 부여한 바 있다. 그해 전체 의대 본과 4학년의 90%인 2,700명이 9월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는데, 정부는 다른 국가 면허시험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구제 불가 입장을 고수하다가 연말에 돌연 입장을 바꿔 이듬해 1월 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신규 의사 배출이 안 되면 의료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였지만, 이 과정에서 '시험 90일 전 공고'라는 시행령 규정에 예외 조항을 추가해 특혜 시비가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