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별검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막아서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민심의 역풍을 우려해 좀처럼 입 밖에 꺼내지 않던 탄핵까지 거론하며 압박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는 원포인트 개헌 추진과 함께 6개 야당이 합심해 범국민 장외투쟁까지 뛰어들 태세다. 특검법 재표결 시 국민의힘 '이탈표'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 작업도 물밑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13일 채 상병 특검법 저지를 위한 모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고 수위인 탄핵을 공개적으로 치고 나온 건 조국혁신당이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채 상병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의 천막 농성장을 지지 방문한 자리에서 "본인이 수사 대상인 사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거부권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헌법 위반 사례로 곧 탄핵 사유"라고 탄핵을 직접 언급했다. 거부권 행사 그 자체가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사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3월 25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조국 대표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 개입이 확인된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던 것에서 한 단계 더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톤은 조절했지만, 민주당도 탄핵 언급에 동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통령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선언으로, 대대적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스스로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도 한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범죄에 연루됐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도 가세했다.
차제에 대통령 거부권을 제한하는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헌법개정특위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이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고, 국회의장처럼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출사표를 던진 추미애 당선자와 우원식 의원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제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범국민 대회 등 장외투쟁 연대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총선 민의 거부선언'으로 규정하고 (범야권은) 재의 표결 관철을 위한 전방위적 액션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정의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등 6개 야당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해병대 예비역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거리 투쟁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특검법은 7일 정부로 이송됐고, 윤 대통령은 22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통상 국무회의가 잡히는 14일과 21일이 유력한 가운데 일찌감치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하는 여론을 조성하며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