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 붕괴는 지역소멸을 의미, 이번에도 전남도 의대 좌절되면 희망 없어"

입력
2024.05.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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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철 목포대 총장 인터뷰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국립목포대학교가 전남권 의과대학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목포대는 지난 24년간 의대 유치를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몇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이제 '순천대와 함께 공모'라는 마지막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송하철(57) 목포대 총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남국립의대 설립은 200만 도민의 생명권이 달린 문제”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이제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총장은 "지역의료 붕괴는 지역소멸을 의미한다"며 "의대 설립을 통해 전남 거점대학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 의과대 유치의 당위성을 조명하기 위해 21일 목포대 남악캠퍼스 글로컬스타트업센터 대강당에서는 '국립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전남 발전의 토대가 되다'를 주제로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전남서부권 포럼’이 열린다.

_전남도민들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

"전남에서는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와 응급환자가 숨지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 한국일보에서 보도한 영광군의 산모 이야기는 지역 소멸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영광군은 광주와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 응급실은 다음 날이 돼야 갈 수 있다. 이런 현실에 누가 지방에서 아이를 낳고 살겠는가.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어 암·심장·간·뇌 등 중증질환의 지역 내 치료가 불가능하다."

_수도권 원정진료를 떠나는 환자가 대부분 중증질환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서울 원정진료 대부분이 중증질환 환자다.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까지 가는 데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까지 힘들다. 장기간 병원 치료와 교통편에 맞춰 이동하는 것도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의대 설립으로 고난도 중증질환의 치료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이 설립되면 지역에 부족한 의사를 공급할 수 있다. 또 지역 출신의 인재를 선발·양성하면 1·2차 의료기관에도 안정적인 의료체계가 갖춰진다. 이렇게 되면 지역 정주 여건이 개선돼 인구 유출을 막는 효과도 난다."

_도민들은 수십 년간 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왔는데.

"전남 서남부권 지역민들은 34년간 목포대를 중심으로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 유치를 추진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목포대에 의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추진과정에서 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남의대를 공약했다. 지역민뿐만 아니라 모두가 전남에 의대가 필요하다는 걸 공감한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좌절되면 희망이 없다."

_전남 동부권과 서부권 중 어디에 의대를 설립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다.

"의대설립은 200만 도민의 생명권이 달린 문제인데 정치 쟁점화되면서 늦어졌다. 그동안 대선과 지난 총선에서도 양당 모두 전남의대를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동부권과 서부권 정치인들의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간다."


_목포대와 순천대가 공동단일의대 유치에 합의하자 지역사회는 환영했는데도 잡음이 난다.

"정치권과 달리 양 대학은 힘을 합쳐 공동단일 의과대학 유치를 추진, 지난 1월 말에 합의했다. 두 대학 책임자들은 캐나다 북온타리오 의과대학도 함께 방문했다. 전남도와 함께 '의과대학추진실무협의체'도 발족시켰는데 최근 순천에서 단독 공모를 추진해 안타깝다. "

_의대 유치 준비과정에서 아쉬움은 없었나.

"의대 신설과정에서 순천대와 함께 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 양 대학은 국립대학으로 상호 협력을 통해 전남 교육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교육기관이다.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전남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한 전향적인 접근이 아쉽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700병상 이상의 상급종합병원이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에 모두 필요하다고 밝힌 바가 있다. "

_목포대 의과대학·부속병원의 파급효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의과대학의 비용 대비 편익(BC)은 25.7에서 64.1로 매우 높았다. 대학병원의 경우도 BC 1.70으로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타 지역 부속병원 BC가 1.05에 불과했던 결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용 효과가 높다'고도 했다. 의대와 대학병원의 설립운영은 생산 유발 효과만 전체 2조4,000억 원, 고용유발 효과는 약 2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_전남 서부권 거점 대학으로서 목포대의 책무는 무엇인가.

"전남지역 인구 소멸이 가시화되면서 대학의 책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예전엔 교육기관의 역할은 지역인재 양성이었는데 이제는 전남 산업 활성화를 책임지는 지·산·학의 중심체로, 앞으로는 보건의료 체계의 완성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 전남도립대와의 통합을 앞둔 목포대는 올해 글로컬대학 후보대학으로 예비 지정됐다. 대학 캠퍼스가 목포, 무안, 남악, 영암, 나주에 이어 담양과 장흥 지역까지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꼭 의대를 신설해 지역 완결성을 갖춘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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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박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