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열정과 긍지가 급속히 식고 있다. 교사 5명 중 1명만 교직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관련 설문조사 이래 처음 10%대로 떨어졌다.
1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날(15일)을 앞두고 이 같은 교원 설문 결과를 내놨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유치원·초중고·대학 교원 1만1,320명을 조사한 결과다.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21.4%에 그쳤다. 이 질문을 처음 했던 2006년 설문조사 때 응답률(67.8%)의 3분의 1 수준으로, 같은 질문이 포함된 13번의 설문조사 가운데 가장 낮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교원 19.7%만 '그렇다'고 답했다. 교총이 처음 이렇게 물었던 2012년 이후 응답률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2016년 52.6%로 가장 높았다가 2019년 39.2%, 2022년 29.9%, 지난해 20.0%로 급락세다.
교직의 어려움으로는 '문제 행동·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가 31.7%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4%)',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잡무(22.4%)' 순이었다. 교원들은 4명 중 1명꼴(26.9%)로 '학생과 학부모의 몰래 녹음을 경험하거나 소속 학교에서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이 교권회복 공론화에 나선 끝에 국회가 이른바 '교권 5법'을 입법했으나 변화 체감도는 아직 낮았다. 교사 3명 중 2명(67.5%)은 '교육활동 보호에 변화를 못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전보다 보호받고 있다'는 응답은 26.6%였다. 다만 교원 37.7%는 '교권 5법 시행 뒤 악성 민원이 줄었다', 32.9%는 '학생의 교권 침해가 줄었다'고 각각 답했다.
최근 충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시키자 야당과 서울시교육감 등이 학생인권법을 제정하려는 데엔 교원 79.1%가 반대했다.
교총은 "갈수록 교원들이 긍지와 사명, 열정을 잃고 있다"며 "회복할 수 없는 단계가 되기 전에 특단의 교권 보호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행정업무 폐지나 이관 등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스승의날을 앞두고 교원 보호 차원에서 '교육활동보호, 하나부터 열까지'라는 매뉴얼을 발간했다. 교육활동 침해 발생 시 사안처리 절차와 대응 요령을 소개하고, 교육활동보호 긴급지원팀(SEM119) 제도와 치유·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