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바이오 '맑음'-자동차·이차전지·방산 '흐림'…美 대선 뒤 한국 산업의 운명은

입력
2024.05.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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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美 대선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안'
미중 패권 경쟁으로 국제 분업 구조 재편 가능성
"신통상질서 이미 본격화…국가 전략 준비해야"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국내 자동차·이차전지·방위산업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북미 수출 시장에서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해 미국 대선을 미중 전략 경쟁에 따라 전 세계 제조업의 국제 분업 구조를 재편할 핵심 변수로 보고, 국내 7대 업종(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화학, 바이오의약품, 방위산업)을 중심으로 대선 시나리오별 주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내놨다.


트럼프 집권 시 관세‧쿼터 등 무역장벽 강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예측된 업종은 자동차‧이차전지‧방위산업 등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거나 생산·소비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한국 이차전지 주요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한국 수입차를 대상으로 관세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집중하는 방위산업에선 트럼프가 당선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더 빨리 끝날 가능성이 높아 방위산업 수요 급감, 방위비 재협상 등 리스크가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산업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미국 정부의 지원을 꾸준히 받는 대표 업종이 될 것이라고 관측됐다. 보고서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모두 공정하지 않은 정부 지원으로 반도체 양산 능력을 키워왔다고 보고 있어 공화당도 (반도체 업계에) 보조금 주는 것에 대체로 동의한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때문에 중국의 반도체 업계가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은 저지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갈수록 미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금을 등에 업은 미국 기업들 및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선 중국 견제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우리나라 위탁개발생산(CDMO), 신약 및 신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시장 개척 과정에서 미국·유럽 등 기업과 협업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진영이 승리해도 위기 요인이 큰 업종은 철강 산업이었다. 보고서는 "비관세 장벽의 기반 논리로 활용될 수 있어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 시 철강 및 화학 산업에서 친환경·탈탄소 기술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트럼프 재집권 시에는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 전통적 무역 장벽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수출 주도형 제조업 성장 전략으로 발전한 한국은 태생부터 국제 정치와 뗄 수 없는 만큼 신통상질서에 대응할 국가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권역별, 주요 업종별 경쟁 우위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