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해 달라, 도널드 트럼프는 자고 있으니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애틀 모금 행사에서 박수갈채를 받고 던진 농담이다. 최근 형사 재판을 받으며 졸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놀린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수세에 몰리고 있다. 법정에서 조는 모습으로 한 달째 민주당 쪽 놀림을 받은 데다, 기존 '재정 리스크'에 더해 세무 감사에서 1억 달러(약 1,373억 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낼 위기에도 처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졸았다는 이야기가 그를 짜증 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 첫날인 지난달 15일 피고인석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는데, '졸음 논란'은 그 이튿날에만 민주당 측 유명 인사 최소 75명이 100회 이상 언급할 정도로 놀림감이 됐다. 바이든 캠프는 엑스(X)에서도 8개 이상의 게시물을 올려 그를 놀렸다고 WP는 전했다.
2주간 반응하지 않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국 발끈했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졸음 논란은) 가짜 뉴스"라며 "나는 단지 내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감고 때로 집중해서 듣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항변했다.
졸음 논란은 민주당 측에 재미있는 먹잇감이 된 것은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속을 긁어 평정심을 잃게 했다는 것이 WP의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에도 공개석상 연설에서 그를 "슬리피 돈(Sleepy Don·졸린 도널드)"이라고 표현하며 조롱했다. 노쇠한 인상을 더하고자 82세의 바이든 대통령을 "슬리피 조"라고 불러온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역공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한층 위협적인 악재도 있다. 1억 달러가 넘는 세금 리스크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비영리 인터넷 매체 프로퍼블리카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카고 타워 문제로 미 국세청(IRS) 감사를 받고 있다. 앞서 그는 2007년 완공된 92층의 시카고 타워 건설 프로젝트에서 엄청난 손실을 봤는데, IRS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금 혜택을 얻기 위해 같은 손실을 두 번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08년 시카고 타워에 관해 6억5,100만 달러(약 8,935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IRS에 신고했고, 2010년에는 타워 소유 법인을 'DJT 홀딩스 LLC'로 변경했다. 그런데 넘긴 법인, 넘겨받은 법인 모두 그의 소유여서 이는 "동전을 한 주머니에서 다른 주머니로 옮긴 셈"(NYT)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유 법인 변경 후 10년간 시카고 타워로 인한 1억6,800만 달러(약 2,306억 원)의 손실을 추가로 신고해 세금을 또 감면받았다.
NYT는 "본보와 프로퍼블리카가 세무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결과, IRS의 정정으로 1억 달러가 넘는 세금이 새로 청구되고 이자와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IRS 감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수년 내에 추가 세금 청구로 귀결될 수 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 리스크는 한 겹 더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자산 부풀리기 사기, 성추행 관련 명예훼손 등 민사소송 두 건에서 5억3,330만 달러(약 7,100억 원) 이상의 벌금 폭탄을 맞고 항소했는데, 여기에 1억 달러 이상의 추가 세금 걱정까지 얹힌 셈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의 아들 에릭 트럼프는 "우리는 다양한 세무 전문가들이 뒷받침한 우리 입장에 자신이 있다"고 NYT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