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급증하는 부비동염…방치하다간 안구봉와직염‧뇌수막염 위험

입력
2024.05.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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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9세 이하 어린이 환자가 31% 차지

일교차가 큰 날씨가 이어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특히 미세먼지·황사, 꽃가루 등 각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많은 요즘 콧물·코막힘 등 기관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누런 콧물과 코막힘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부비동(副鼻洞·paranasal sinus)염(축농증)일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5월에 급성 부비동염 환자가 급증했다. 2021년과 2022년의 월별 급성 부비동염 환자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3월 30만8,222명에서 4월 37만9,027명으로 급증했다. 2022년에도 환자는 3월 26만9,890명에서 4월 33만4,441명으로 증가했다.

부비동은 얼굴 뼈 안에 있는 빈 공간으로, 작은 구멍을 통해 연결된 콧구멍을 통해 공기를 순환시키고 분비물도 내보낸다. 하지만 부비동이 어떤 원인에 의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화농성 분비물(고름)이 고이면서 내부 점막에 염증이 발생한다(부비동염).

증상 발생 한 달 이내에는 급성 부비동염,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부비동염(chronic sinusitis·축농증)이라고 한다.

이재용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만성 부비동염은 오랜 염증으로 점막이 붓고, 섬모 숫자가 줄어들며,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며 “방치하다간 드물지만 부비동에 고인 농양(고름)이 눈·머리로 이어져 안구봉와직염‧뇌수막염‧뇌농양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부비동염은 주로 어린이에게서 발병한다. 어린이는 부비동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고, 부비동 배출구가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넓어 코와 부비동이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돼 있어 감기에 의한 염증이 쉽게 부비동으로 퍼지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급성 및 만성 부비동염 환자가 393만6,499명이었는데, 이 중 9세 이하 어린이는 121만5,861명으로 31%에 해당됐다.

부비동염의 주증상으로는 염증으로 인해 코점막이 붓고 누런 색 콧물이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코막힘 증상과 함께 코가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後鼻淚·postnasal drip), 안면부 압박과 통증, 두통 등이 있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집중력 저하, 호흡 및 수면 방해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여러 가지 증상이 동반된다.

부비동염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늦어질 때가 많다. 바이러스가 주원인인 감기에는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항생제 사용이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반면 세균이 주원인인 부비동염은 적절한 항생제를 충분히 투여해야 하는 등 치료법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부비동염을 발견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면 다양한 합병증 및 만성 부비동염으로 이어지기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부비동염은 단순 문진(問診), 비(鼻)내시경 검사, 철조법(투시법·transilluminator), 조직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철조법은 부비동에 빛을 강하게 비춰 투과되는 광 패턴을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급성 부비동염 원인은 주로 감기·독감(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이며, 알레르기성 비염도 원인 중 하나다. 특히 큰 일교차로 감기가 유행하는 환절기는 물론 꽃가루 날림이나 황사가 잦은 봄, 대기 습도가 낮은 겨울 등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부비동염을 예방하려면 외출 후 손발을 잘 씻어 방역에 주의하고, 생리 식염수를 이용해 코 내부를 씻으면 도움이 된다. 실내 공기가 건조하지 않도록 30~40%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가습기를 활용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하루 2~3잔 이상 마시는 게 좋다.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인해 코가 건조해질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자연 치유가 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한다. 염증 치료를 위해 항생제가 우선 투여되며 부비동염으로 좁아진 공간을 넓혀 환기와 염증 배출을 돕는 혈관 수축제, 염증 반응을 억제해 부종을 줄이고 부비동 입구를 넓히는 스테로이드제 등도 쓰인다. 최근 사노피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 노바티스의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 등 생물학적 제제도 쓰이고 있다.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만성으로 진행됐다면 내시경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