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사가 끝난 뒤) 국민들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면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틀 전 정부로 이송된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당장 천막 농성에 나서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이 대민지원 작전 중에 이렇게 순직한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도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그래서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진상 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힘을 실었다. 다만 대통령실 외압 논란과 관련해서는 "왜 무리하게 (수색을) 해서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고 국방장관에게 질책성 당부를 했다"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는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취임 후 공식적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쓴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애초 유감 표명은 할 계획이었지만 사과 발언은 참모들과 사전 논의에도 없었던,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한 발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여사 관련 특검법에 대해서는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의 입장과 달리 야권은 22대 국회에서 특검법 처리에 재차 나서겠다며 벼르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법을 총괄할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 신설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노동·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이 "전향적 찬성"으로 화답하면서 부처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동산·주식 등에 대한 감세 기조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제 임기 내 연금개혁안이 확정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며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22대 국회로 넘겨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하고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사회적 대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올해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에 대해서는 “동맹관계에 기반해 문제를 풀어나가면 원만하게 여러 협상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