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저출생∙고령화 대비를 위한 기획 부처인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부처로 승격시키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늦긴 했지만 반가운 결정이다.
2005년 설립된 저출산위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라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정부위원회 조직의 한계가 뚜렷했다. 예산권도 집행권도 없다 보니 각 부처가 내놓은 정책을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무국 직원이 30명 안팎에 불과한 데다 각 부처에서 잠시 파견 온 ‘뜨내기 공무원’으로 구성돼 업무 연속성이나 전문성도 떨어졌다. 정부가 2006년부터 17년간 저출산 정책에 380조 원을 투입했음에도 이 기간 출생아가 반토막이 난 데는 이런 영향이 컸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주저앉았고, 올 들어서도 1월과 2월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단기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획기적인 반등이 있다 해도 향후 수십 년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러다가 학교도, 군대도, 기업도 사람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한다”는 뉴욕타임스의 경고까지 나올 정도다.
저출산만 떼어놓고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부동산, 일자리, 교육, 복지, 노동, 이민 등 모든 국가 정책을 출산과 육아 친화적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설 부처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부처 간 원만한 정책 조율은 물론 예산권을 쥔 경제부총리와의 호흡이 중요할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 등을 위해서는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총선에서 인구총괄부처 신설을 공약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는 인구위기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부처 신설은 그 시작일 뿐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는 초당적인 긴 안목의 대책을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