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대마를 비(非)범죄화했던 태국이 ‘금지’로 유턴한다. 의료·보건용 대마 활성화를 위해 2년 전 접근 문턱을 크게 낮췄지만 부작용이 속출하자 다시 고삐를 바짝 조이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대마가 다시 마약류로 분리돼 오락 목적 사용이 제한된다.
9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스레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전날 보건부에 “올해 말까지 대마를 마약류로 재지정하고, 의료 목적으로만 사용을 허용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엑스(X)에 “마약은 국가 미래를 파괴하는 문제이며, 많은 젊은이들이 중독돼 있다”면서 “모든 기관이 이를 해결하도록 협력해야 한다”고도 적었다. 지난 2022년 6월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한 지 2년여 만의 정책 선회다.
당시 태국은 대마 함유 제품 섭취 등 제한을 풀고 가정 재배도 허용했다. 대마 제품에 향정신성 화학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0.2% 넘게 함유했을 때만 불법 마약으로 분류했다. 의료·보건 목적 대마 공급을 장려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였지만, 향락용(기호용) 대마 공급과 사용이 급증했다. 전국에 대마 재배 열풍이 불고, 대마 매장 수천 개가 생긴 데 이어 ‘대마 관광’까지 성행했다.
청소년의 향락용 대마 소비가 두 배 늘고 과다 흡입 사망 사고도 속출하는 등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태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당초 향락 목적 대마 사용자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의료용 외엔 일반인이 대마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셈이다.
타위신 총리가 ‘대마 금지’를 공식화하자 태국 내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쁘라싯짜이 누뉴엘 태국 대마초미래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에 “대마가 술이나 담배보다 해롭다는 과학적 결과가 나오면 대마를 다시 마약으로 지정하는 게 옳다”며 “그렇지 않다면, 술과 담배도 마약으로 분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태국에 공식 등록된 대마 관련 사업체는 약 2만 개다. 앞서 태국상공회의소대학은 대마 산업 규모가 내년 12억 달러(약 1조6,4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부터 ‘불법 딱지’가 붙으면,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 전체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